슬기로운 방역 생활

말라가는 시멘트를 밟는 사람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by 생각하는냥

[슬기로운 방역 생활]


말라가는 시멘트를 밟는 사람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매일 걷던 길인데 지금은 시멘트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꼬깔콘 과자 모양의 빨간색 칼라콘이 넘어가지 말라고 줄줄이 세워져 있다. 이쯤 세워뒀으면 유치원생이라 하더라도 건너지 말라는 경고로는 충분할 정도다.


그러나 시멘트 시공을 시작한 다음날 발견된 수많은 발자국 모양들,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그렇게라도 본능을 참지 못하고 영역 표시를 하고 싶었던 걸까. 이름 석자 대신에 신발 자국이라도 남겨보고 싶었던 것일까.


룰은 어기라고 있는 건 아닌데 꼭 어기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인생의 법칙이다. 마치 성경 속의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빠져 먹지 말라던 선악과를 먹어버리고 말았듯이 룰은 누군가는 어기게 되어 있다.


귀에 박히도록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으면 말귀 알아먹을 나이만 되어도 무슨 말인지 알 터인데 그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의 6일간은 연휴 기간이기도 했지만 코로나 19라는 역병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의 모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더군다나 장소가 게이클럽이라는 이유로 방문을 했던 이들이 음지로 숨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인터넷은 그들을 성토하는 댓글로 도배가 되었다. 무슨 춤 못 춰서 환장한 귀신이라도 들러붙었냐로 시작된 비난은 심지어는 이태원에 방문한 모든 이로 범위가 확대되고 말았다. 이태원이란 동네가 클럽과 유흥주점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이태원에 가서 밥 먹고 온 연예인들도 사과를 하는 기사까지 떴다. 어쩌다 이태원은 저주의 땅이 되었는가. 엄밀히 따지면 클럽이 문제였지 이태원이라는 지역 자체의 문제는 아닌데 말이다.


밀폐된 장소의 위험은 이태원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홍대, 신촌, 그리고 강남만의 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밀폐 밀집된 전국의 모든 장소가 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 결국 언제 어디서라도 누구에 의해서든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장소는 확진자가 나왔다고 욕받이가 되고 어떤 장소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면피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코로나 19라는 것은 교통사고랑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방어운전을 한다 하더라도 누군가 와서 부딪혀버리면 사고가 나는 것처럼 나 혼자 잘한다 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전염속도가 빠른 역병이지 않은가.


지금으로선 슬기로운 방역 생활의 최선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이 전염속도를 더디게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좀 말고 발정 난 강아지 마냥 아무 데나 부비적 거리지도 말지어다. 제발 말라가는 시멘트에 악착같이 족적을 남기는 짓은 자제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래 요 세 가지만이라도 지켰음 한다.


첫째, 밀폐 밀집된 장소는 가급적 피하자.

둘째, 손은 비누로 잘 씻자.

셋째, 마스크 착용을 잘 하자.


유치원생도 알법한 요 세 가지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아담과 하와의 자손일지언정 아담과 하와는 아니지 않은가. 선악과 좀 그만 따 먹자. 뇌라는 게 굳이 장식품이 아니라면 생각은 좀 하고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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