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관계는 얼려진 조그마한 쵸코하임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가입해 있던 모임을 탈퇴했다. 모임에서의 존재의 가벼움 때문이었다. 어느 날 문득 '여기서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 안에서 그래도 나름 친하다면 친한 친구가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잘 주고받았기에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걸 느꼈다. 또한 연락이 되더라도 내 편이 아니라는 걸 감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모임을 탈퇴한 것이다.
며칠이 지나면 연락이 올 줄 알았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전화번호를 지우고 카톡을 차단했다가 풀어보았다. 상대방이 여전히 날 친구로 등록해 놓았다면 떠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목록에 뜨지 않는 거다. 그는 진작에 날 버렸던 모양이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편이 아니었던 게다.
세상에서 가장 얻기 힘든 것 중의 하나는 공감 친구를 얻는 일이다. 무엇을 하든지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며 이해해주는 그런 친구를 얻는 일은 금은보화를 얻는 일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친구를 얻었다. 더없이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우연찮은 일로 인해 그의 진의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사는 지역이라든지 그가 했던 말 중의 일부가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너의 거짓말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겠지 싶었고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싶어 애써 묻지 않았다.
그나마 그에게 마지막 남았던 건 내 글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그즈음 그의 관심은 내 글이 아닌 타인의 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와의 마지막 끈이 떨어진 것이다. 연락은 애써 이어졌지만 의미 없는 연락이었다. 하루 이틀 미루다가 모진 말을 남기곤 끊어내 버렸다.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날이 오늘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날 갑자기 각인되어 있던 과거의 나쁜 기억도 함께 떠올려져 버렸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직원이 쵸코하임을 가지고 들어와 나눠주었다. 평상시대로 장난 섞인 퉁명스러움으로 말을 던졌다.
"내 거는 얼려와."
대개는 이런 경우 "네?"하고 당황하는 모습이 그려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가 너무도 당당하게 답하는 거다.
"얼려온 거예요."
사무실 안 직원들은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별 것도 아닌 이 조그마한 초코하임 하나가 '뭘 해도 안 되는 날'의 안식처가 되어줄 줄이야.
어찌 알고 얼려서 가지고 왔을까. 기특하게.
아삭아삭 베어 먹고 난 포장지는 너무나 고마워 최소 하루 동안은 책상 위에 전시할 생각이다. 쨔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