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곤증

편의점의 2+1이란?

by 생각하는냥

며칠 전부터 점심을 먹고 나면 파도와 같은 잠이 밀려들어온다.


그제는 갑작스럽게 문을 열어젖힌 직원 때문에 잠이 확 달아났고, 어제는 복도에 나가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잠을 몰아냈지만 오늘은 어제의 회식으로 인하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판단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가니 마침 자양강장 음료가 2+1이란다.


문득 누군가가 해준 이야기 하나가 생각이 났다. +1인 음료를 편의점 아가씨에게 주어 호감을 표시하기도 하더라는 이야기였다. 솔로인 남자들은 참 힘겨운 삶을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야 유부남에 입문하여 이미 중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년으로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다행인 삶인가.


하긴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더러 힘겨운 삶을 스스로 선택하여 사는 이도 있기는 하더라만.


어찌 되었든 음료를 사무실에 가지고 들어와 같이 일하는 옆자리 동료를 하나 주고 나니 두 개가 남았다. 그중 하나는 사막의 물 한 모금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붓고 나니 갑작스러운 고민이 생겼다.


이 남은 하나를 어찌 처리하냐는 거다. 자양강장제를 너무 많이 마셔도 좋지 않다고 들었던 바라 혼자 두 병을 다 마실 순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그냥 책상 위에 전시해 두기도 그러하고.


그렇다고 어제 쵸코하임을 가져다준 직원에게만 요걸 가져다주자니 다른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따로 불러내서 줄 만큼의 것은 더욱 아니었다. 게다가 그 직원에게는 어제 1차 회식비를 지불을 해줬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답은 이미 해준 터였다. 고로 이 자양강장제는 온전히 내 거라고.


손만 뻗으면 뜨득 하는 뚜껑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입에 꿀꺽하고 들이킬 수 있기는 한데 이걸 마실 것이냐 아니면 참을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눈앞에 놓인 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아내면 이성이 승리하는 것이고 참지 못하면 의지박약자가 되는 것이다. 으흐. 피로를 쫓아내려고 산 것이 순식간에 정신 고문의 용도변경이 발생하는 건 옳지 못한 일 이외다.


그런데 이 녀석 물 빛이 이리도 고왔던가.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 빛인가 라던 모 CF의 문구가 떠오를 정도면 유혹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리라. 쩝쩝. 입맛만 자꾸 다셔지고 자꾸 메말라 있던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아, 무슨 막 동물 같아.


그냥 편의점 아가씨나 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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