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낯선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갑자기 추워졌다.
7, 8월 두 달 동안 기나긴 장마가 지나고
여름이 언제 왔다 갔나 싶더니
이내 긴 팔을 꺼내 입어야만 했다.
긴 팔을 꺼내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외투를 꺼내게 하더니 어제저녁은 그 외투마저 추위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퇴근 무렵 배고픔과 더불어 추위의 급습은 나의 발걸음을 부득이하게 곰탕집으로 향하게 하였다. 뜨뜻한 국밥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을 앞에 두자니 소주 한 잔이 절실하였다. 뜻하지 않게 혼술이 되고 말았다. 혼자여서 시간만 여유로웠는데 뭐가 급했는지 다섯 잔을 금세 비운 탓에 취기가 올라왔다.
아니, 원래는 이게 아닌데. 집에 어찌 가라고 이리 헤롱헤롱 거리냐. 비틀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알딸딸했다. 뜨뜻한 국밥으로 체온을 올려서 집에 가려고 했던 계획이었는데 술기운으로 오히려 추위를 더 타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계획이란 녀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심성이 참 고약하다.
밖에 나오니 왜 이렇게 춥냐. 덜덜.
얼마 걷지 않아 훌쩍거렸다. 콧물이었다. 망했다.
다음날 기세를 더 올린 추위가 아침을 맞이하였다. 이런 젠장. 이렇게 된 바에야 엉겁결에 경량 패딩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10월 중순에 벌써 이런 추위라니. 어쩌면 10월 말이 되면 2020년의 첫눈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단풍은 어쩌고? 단풍과 첫눈이 한꺼번에 올지 누가 아나.
당연히 낯선 풍경이지만 이제는 낯선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이 변하니 낯선 세상인데 이젠 자연마저 낯설게 다가오려 한다.
다 변해도 좋은데 말이다. 사람 마음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사랑도 변하는 마당에 사람 마음이 그대로 일리 있겠나. 사람 마음은 기술보다도 자연보다도 진즉에 제일 먼저 변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변한다고 한다면,
가슴 한 구석에,
아주 조금이라도 내 생각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