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방문기

뜻하지 않은 산책 부작용

by 생각하는냥

주말에는 고향집에 다녀왔다.


오전에 볼 일을 보고 난 후 점심은 가족들과 미리 예약해놓은 버섯전골 식당으로 향했다. 버섯전골이라든지 고깃집이라든지 이런 류의 식당에 가면 누군가 한 명은 총대를 매야 한다. 그 한 명은 머슴이 되어 집게와 가위질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자리가 지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앉다 보니 테이블에는 아버지, 매형이 함께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 집게 머슴(?)의 역할은 내가 당첨이 되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버섯과 고기를 넣어야 했고 좀 먹을만하면 또다시 집게질을 해야 해서 먹는 데 온전하게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다른 분들이 배불러 죽겠다고 하는데도 난 그리 배부른 상태는 아니었다. 적당함에서 살짝 포만감이 드는 정도였다.


살짝 포만감의 정도가 불만은 결코 아니었다. 좋은 음식이라 하여 과도하게 먹어서 과도한 배부름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지막 볶음밥까지 시켜서 식탁 위의 대부분의 음식을 전멸을 시키고 나서야 점심은 종료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매형이 아버지를 꼬드겨 근처 뒷산에 산책을 가자고 하는 것이다. 과식을 했으니 그만큼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과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산책을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산책을 피하려고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자는 척하려고 하는데 눈치 빠른 매형이 어디 가냐며 같이 산책 나가게 옷 갈아입고 나오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단 둘이 가는 건 어색하거나 심심할 거라는 판단하에 기필코 나를 산책 일행에 포함시키려는 강한 의지가 불타오르는 듯 보였다.


적당히 먹어서 굳이 산책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산책길에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집을 나서는데 왜 자꾸 집 방향이 그리운 것일까. 그러니까 처음 나설 때만 해도 한 시간 정도면 될 줄 알았단 말이다. 적당히 먹은 사람이 왜 두 시간이나 산책을 해야만 했던가.


먹은 건 이미 다 꺼지고 금세 저녁이 고파왔다. 이럴 바엔 집게 머슴을 하더라도 배부르게 먹기라도 할 걸 그랬나.


나이가 많으나 어리나 사는 게 참 힘들다. 어린 집단에 가면 꼰대가 되어 눈칫밥이고 나이 많은 집단에 가면 막내라 집게 머슴도 해야 하고 어른도 챙겨야 하고 할 일이 좀 많아진다. 이 날은 차라리 꼰대가 되고 싶었다.


나의 투덜거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속으로 부단히 열심이었다. 그런 와중에 뜻하지 않게 잘 찍힌 사진과 탄력이 좋아진 다리 근육은 나의 희망사항과는 무관하게 반대로 흘러갔으니 부작용이라 말할 수 있겠다. 겉과 속이 따로 노는 세상이라니.


나,

이러면 안 되는데,

또 산책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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