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13일의 금요일 자정 넘어 안개 자욱한 밤에

by 생각하는냥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의 모임이 있었다. 막차 시간이 언제인지 알면서도 즐거운 자리다 보니 어느덧 지하철 운행 마감 시간이 간당간당하였다. 그즈음 파장이 되었다. 지하철역으로 꾸역꾸역 들어가 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다음에 오는 열차가 갈 수 있는 곳은 몇 정거장 되지 않았다.


다시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였다. 앱을 돌려 가장 최적의 경로를 찾아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를 찾았다. OK. 접수 완료.


지하철이야 터널을 지나기 때문에 거기가 거기인지라 내릴 지점만 찾으면 되지만 낯선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할 때에는 정류장 이름이 죄다 낯설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를 수가 있다. 더군다나 방향을 거꾸로 타게 되면 대략 난감이다.


일단 버스가 출발하고 방향을 제대로 탔는지부터 확인을 해보았다. OK. 이대로 몇 십분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익숙한 곳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정신줄 찾으면 되는 거다. 그러나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밖이 어두워 거기가 거기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지도 앱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


지금은 13일의 금요일 자정이 지난 시간이기는 하지만 밖은 안개가 자욱하여 낯선 곳에 홀로 버려지기라도 한다면 매우 찝찝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밤이었다.


사실 13일의 금요일이라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안다. 단지 기분상의 찝찝함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날 별일이 벌어지는 재수 없음의 치트키가 눌러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런 불안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거리가 보이면서 나의 활동 반경 안에 들어왔음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는 갈아타야 하는 지점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다 보니 정류장에는 혼자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체크무늬를 입은 아가씨가 택시를 잡으려다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였다. 체크무늬였지만 검은색이 많은 옷이었고 머리는 길었다. 게다가 마스크도 검은색이었다. 더군다나 신발까지도. 아, 맞다. 핸드백까지도 검은색이었다. 마치 13일의 금요일이라고 세트로 입고 나온 걸까? 13일의 금요일 안개 자욱한 밤에 왜 그렇게 입고 내 앞에 서 있는 건지.


그런 그녀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사내는 무서웠던 모양이다. 오른쪽에서 취객이 비틀거리며 걸어오면 왼쪽으로 피하고 왼쪽에서 지나가면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걸로 봐서 그녀는 사람이 분명했다. 취객을 무서워하는 처녀귀신은 없을 테니까. 안심이다.


버스가 왔고 갈아타 보니 이 버스는 집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다. 다시 경로를 확인해보니 집 앞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운행이 마감되어 그나마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는 버스를 안내해준 모양이었다. 버스를 내리면 족히 1km는 걸어야만 했다.


13일의 금요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안개 자욱한 밤에 나 홀로 1km를 걸어야 한다고? 막차 시간을 맞추지 않은 자의 선택의 결과가 그러하거늘 어찌하겠누. 선택에 대한 결과는 선택한 자의 몫인 것을.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리니 거리엔 아무도 없고 택배를 떠나는 큼직한 화물차 서너 대만이 지나칠 뿐이었다.


주택가로 진입을 했지만 역시나 거리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아, 보인다. 신호등 건너에 두 처자가 서 있었다. 그러나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왜 13일의 금요일 안개 자욱한 밤에 둘이 고성을 지르며 웃어대냐고. 게다가 그 두 명은 앞도 아니고 뒤에서 나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몇 걸음 걷다가 조용하길래 뒤를 돌아보았더니 사라져 있었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게 낫지 보이지 않으니 그게 더 오싹할 일이었다. 다행히 조금만 더 앞에 가면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해장 음료와 더불어 야식거리로 채워줄 삼각김밥 하나를 고르는데 또 긴 머리의 처자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13일의 금요일 자정 넘은 안개 자욱한 이 밤에 왜 이렇게 많은 처자들을 보는 것인지. 그런데 이 처자의 패션은? '……' 위아래 운동복은 집 근처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털신 슬리퍼에 한쪽 발은 맨발인데 다른 발은 발목까지 올라온 검은색 양말을 신고 있었다. 양말을 일부러 벗고 나온 것일까, 아니면 한쪽이 추위를 많이 타나, 아니면 털신을 신어서 양말 한쪽만 신은 걸 모르는 걸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내 다리 내놔'라며 여기까지 쫓아온 귀신인 걸까? 고개를 숙이니 긴 머리 탓에 얼굴도 보이지 않으니 더 무섭잖니?


13일의 금요일 자정 넘어 안개 자욱한 시간의 귀경길이 원래 이렇게 안 심심한 밤이었나? 담에도 자주 애용을 해야겠다. 심장 쫄깃해지게 더 많은 처자들이 거리로 쏟아나와 주길 바라며.


콩닥콩닥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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