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오지랖

약간의 오지랖은 사회를 건전하게 만든다.

by 생각하는냥

A가 내렸다.


"여기 11층이에요."


라고 알려주었음에도 A는 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중 A가 제일 낮은 층의 버튼을 눌렀기 때문에 누가 봐도 먼저 내릴 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13층이 아니라 11층에서 문이 열렸다. 변수가 생긴 것이다. 변수를 발생시킨 X는 11층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은 외부인이었다. 1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멍 때리고 있던 A가 본인이 눌렀던 13층인 줄 착각하여 내린 것이고 그런 A를 세우기 위해 "여기 11층이에요."라고 알려준 것이었다.


그러나 A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던 탓에 알아듣지 못하고 내려 버렸다. 따라 내려서 A의 어깨나 혹은 가방이라도 잡아당겨줘야 하나 싶었지만 오지랖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다행히도 A는 서너 걸음 걷다가 이내 잘못 내린 것을 알아채고는 급히 되돌아왔다.


변수를 발생시킨 X는 12층 버튼을 눌렀다. 11층에서 12층? 한 층 가자고 엘리베이터를 탄 거였어?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 지각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가슴 쫄깃쫄깃해지는 시간인 8시 55분에서 9시 사이의 엘리베이터를 말이야?


변수 X가 내리는 순간 그녀의 뒤통수에 머리카락이 홀라당 타버릴 정도의 따가운 시선을 날려주었다. 내 눈도 활활 타 올랐고 그녀의 머리털도 활활 타오르길 바라며.


아침의 쫄깃함이 잊히려고 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가니 다른 사무실 사람들과 뒤엉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엘리베이터 한 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인원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문이 열리자 황급히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그 틈에 꼽사리 껴서 같이 탔다. 엘리베이터에는 대여섯 명이 먼저 선점을 하고 있었다. 만원 불이 켜지기 직전의 사람들이 타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엘리베이터가 13층에 멈추더니 앞에 타고 있었던 그 대여섯 명이 내렸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내려오는 인원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하였다. 그들은 담배를 핀 후에 본인들의 사무실 층인 13층 만을 눌렀고 우르르 몰려서 나와 함께 탄 이들은 그들이 1층을 눌렀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도 1층 버튼이 눌러졌을 거라는 걸 확인한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1층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히자마자 꼭대기 층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런 경우 13층에서 내렸던 이들 중에 층수 버튼 앞에 있던 두 명이 최소한의 오지랖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한 번쯤은 물어봐줬어야 했다. '혹시 1층 가세요?' 정도 말이다. 정말 많이도 아니고 아주 약간의 오지랖을 가졌더라면 10명쯤 되는 인원이 다시 꼭대기층을 찍고 내려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을 것이다.


이웃을 위해 아주 약간의 오지랖 신공을 펼치는 것은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리는 것을 알려줄 수 있고, 또한 누군가의 점심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약간의 오지랖은 사회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추가적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문제의 변수를 발생시킨 X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 의하자면 정말 정말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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