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말고 들어

외눈박이 원숭이 섬에 가면 두 눈을 가진 정상인 원숭이가 비정상이 된다.

by 생각하는냥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 말은 오해할 말이고 그로 인해 기분이 나쁠 거라는 의미다. 고로 이 말을 꺼낸 상대가 당신과 진심을 드러내는 사이가 아니라면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즉각 자리를 피하거나 그의 입술을 꼬매버려야 한다.


그러나 알면서도 당하는 게 인생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취기를 간파했기에 그냥 자리를 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하필이면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맑았으며 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설픈 호기심이 작동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가 꺼낸 말을 들었을 땐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깊은 후회가 따랐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들어볼 필요는 있었다. 얼마나 나에 대해 어긋난 시선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둘 필요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사람들과 소통 좀 하라는 얘기였다. 소통? 그런데 좀 웃겼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같은 실무자인 나와 자기 사이에서 직원들이 자기에게만 묻는다는 건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얘기였다. 물론 내가 별도로 그들에게 억압적이라거나 혹은 말을 퉁명스럽게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닌데도 그런 일이 생기니 그 문제를 내게서 찾아야 한다는 의도인 듯했다.


"외눈박이 원숭이 섬에 가면 두 눈을 가진 정상인 원숭이가 비정상이 된다."


그는 흡연자다. 그리고 난 흡연자를 좀 싫어한다. 담배가 싫은 것도 있지만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 때문에 그들을 싫어한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러다 보면 그들의 흡연 시간은 적게는 10분에서 1시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의 흡연시간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흡연 중 업무 이야기도 포함을 시킨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그곳에서 결정이 난 내용을 실무자인 나에게 전달을 안 하냔 말이다. 날짜를 별도로 세 본 것은 아니지만 회의실에서 회의해본지가 6개월이 넘은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되어 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먼저 따지려고 들었지만 결국 가만히 두기로 하였다. 며칠 두고 보니 전달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 굳이 내가 책임질 필요도 없거니와 흡연자이면서 다른 실무자인 동료가 알아서 처리를 하기 때문에 굳이 내가 나서봤자 이득 될 게 없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흡연문화에서 술 문화까지 즐겼고 거기에 직원들을 하나둘 불러내어 함께 했지만 내게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특별히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데다가 불필요한 술값 지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렇다고 직원들과의 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필요에 의해서 오는 업무에 대해서라든지 간간이 주고받는 농담을 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이제 와서 소통 문제를 거론한다는 건 누군가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흡연자이자 다른 실무자인 그가 목이 말랐거나 혹은 누군가 필요해진 것이다. 굳이 그것을 애써 언쟁을 하며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변명을 할 필요도 없다.


목이 말라 우물이 필요한 자에게 물 한 사발을 제공하면 그만이지.


일이란 게 그렇다.

그냥 한마디라도 더 섞고 말하기 편한 사람에게 던지기 마련이다. 물론 담당 실무자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실무자가 애매한 경우 거나 잘 모르겠는 경우에는 보통 편한 사람에게 일을 던진다. 내가 그들과 좀 더 밀착하여 친하지 않은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회사는 학교 동호회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모인 곳이다. 굳이 친목을 도모할 필요도 없거니와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대화 수준만 유지하면 그만이다.


이미 오해는 났지만 용서는 해줄게. 목이 마르다는데 피 말려 죽이고 싶을 만큼 내가 그렇게까지 악랄하지는 않으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동안 나 엄청 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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