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인의 겨울날의 출근길

적응에서 경쟁까지

by 생각하는냥

겨울의 날씨는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귀가 떨어질 것 같이 추우면 정말 추운 날이고 귀가 그냥 시릴 정도면 그냥 겨울이고 귀가 아무렇지도 않은 멀쩡한 날이면 겨울의 탈을 쓴 봄 같은 날이다. 유독 올해 겨울은 귀가 떨어질 것 같은 날과 아무렇지도 않은 날을 반복한다. 동화 속의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낸 듯싶지만 엄연히 따지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기온이다.


언젠가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더니 언젠가는 영상 20도를 웃돈다. 무려 30도 이상의 폭이 한 계절 안에서 존재하는 게 말이 되는가. 다른 나라 같았으면 진즉에 난리가 났을 텐데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다 보니 어찌나 적응들을 잘하는지 날씨가 이상하다는 건 알아도 난리 치는 이가 없다.


인생은 적응이다.

인류는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인의 적응력이란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들끼리 경쟁하려니까 먹고살기 힘든 건 어쩔 수 없으리. 그래서 대한민국인의 아침 출근길은 늘 빠듯하다.



3차선의 내리막길 교차로 앞에서 두 개의 별이 번쩍였다.

천천히 1차로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는 겁 없는 김여사와 3차로에서 과속으로 직진하는 겁을 상실한 김 사장은 교차로에서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충돌을 면하였다. 둘은 놀란 나머지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였고 째려보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자동차가 아닌 둘 다 자전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인생은 순간이다.

훨씬 더 빨랐으면 황천길이었을 테고 조금만 더 빨랐으면 병원행이었을 테다. 한 사람은 적당히 느렸고 한 사람은 적당히 빨랐기에 위험의 순간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순간의 미묘한 차이는 인생을 바꾼다.



이제 사무실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 있었다. 바로 엘리베이터다.


그런 날이 있다. 1층에서 타려고 하면 모든 엘리베이터가 위로 향하고 있고 위에서 타려고 하면 모든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있는 그런 날 말이다. 그 날이 오늘이 아니기를 매일 기도하지만 하필이면 당첨이다.


짜증에 짜증이 머리 꼭대기에서 맴돌다 보면 어느덧 엘리베이터는 1층 문을 열고 환하게 맞이한다. 한참을 기다린 탓에 사람들이 몰렸다. 북적거리는 가운데 약간의 빈 공간이 있어 한 사람 정도는 더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한 사람의 공간을 비워둔 채로 문이 닫혔다. 그 빈 공간이 생기게 된 데에는 휴대폰에 넋을 빼앗긴 두 사람 때문이었다. 그 둘은 서로 끼인 채로 빈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렇게 불편하게 서 있었다. 덕분에 빈 공간 옆에 있던 난 콩나물이 되지 않고 편안하게 사무실 층까지 도달하였다.


때로는 바보들을 그대로 두면 내가 편해진다. 경쟁 사회니까 알면서도 모른 척 한 나를 용서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인의 겨울날의 출근길은 참 고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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