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상의 기록
사람들의 하관이 그리운 요즘이다.
코로나 덕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다 보니 출퇴근 길에 눈에 익숙했던 사람들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심지어는 신입 사원의 얼굴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출근하는 길에 마주치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도 한데 아닌 것도 같아 아는 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종종 고민한다. 그래서 서로 연인도 아닌데 의도치 않은 눈빛 교환을 하게 되고 모른 척하고 지나치려다 '앗, 아는 사람이다'를 속으로 외치며 늦게나마 아는 척을 하려 하지만 이미 지나쳐간 터라 결국 그냥 지나쳐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관의 노출은 불안을 초래한다.
신호등 앞이었다. 누구나 다 착용하고 있어야 할 마스크를 당당하게 턱에 걸치기만 한 이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한 손에는 담배가 쥐어져 있었다. 타인에게 감염될지도 모를 코로나19보다 그는 담배 한 모금이 더 절실했던 모양이다. 꺼달라고 말을 걸어볼까? 그러다 시비가 붙으면?
그러고 보니 며칠 전 KTX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시비가 붙어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라는 막장급 대사를 시전 했다던 분의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저분은 그런 대사를 외치기엔 나이가 많으시다. 아빠급이시다. 그럼 저분은 "우리 아들이 누군지 알아?"라고 하시려나? '에효. 담배 좀 제발.'
그러던 찰나 녹색불이 들어왔고 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신호등을 건넜다. 길 건너 식당에 들어서니 빈자리가 많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였고 하필이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당당하게 전화를 걸고 있는 이의 옆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자리를 바꿀까? 망설여졌다. 물컵과 반찬까지 다 놓인 탓에 자리를 바꾸자니 눈치가 보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주문을 외웠다. '끊어라. 끊어라. 끊어라.'
이마에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속으로 외우다 한 두 마디 정도는 0.1 데시벨 정도로 소리가 새어나갔던 것 같은데 그것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그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나가겠지 싶었는데 이제는 맞은편에 앉은 이와 업무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결국 마음속이지만 강한 어조로 외쳤다. '이 사람아, 업무는 사무실에서 하라고.' 들리지도 않는 매우 소심한 외침이 무슨 힘이 있겠나.
이미 식사를 마친 그들이었기에 그냥 자리를 떠나 주면 좋을 텐데 마스크도 안 쓰고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내게는 너무도 민폐였다. 업무적으로 제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내게는 그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잔뜩 묻었을지도 모를 비말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수다에 열중인 그들을 욕하는 나조차도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가게 되면 옆에 사람이 있든 말든 수다를 떤다. 사람이 모였는데 조용히 있으면 뭔가 어색하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관심도 없는 가십거리를 던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그들의 수다는 민폐다. 아, 이기적인 인간이여!
'제발 식사 다 했음 나가주세요.'라고 나를 대신해 성질 급한 주인집 아주머니가 말이라도 해주십사 아주머니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봤더니 신호를 잘못 읽으신 아주머니는 난데없이 식사를 빨리 내주셨다. 비말이 날리고 있는데 빨리 나온 식사라니. 에효.
짜증 내는 표정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리를 떴다. 그제야 마음 놓고 식사를 하게 되니 꿀맛이 따로 없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가려다 물 한 모금 삼키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불렀다.
"카드 먼저 줘요. 결제부터 해드리게."
원래 이 식당 주인아주머니 성질 급한 건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물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카드부터 달라니 괜한 오기가 발동하였다. 못 들은 척 일부러 등을 돌리곤 물 한 모금을 더 마셨다. 마스크는 이런 데 쓸모 있다. 하관이 가려져서 몰라볼 거라며 쓸데없는 오기가 쓸모없는 곳에서 발동되었다.
코로나19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백신이 나오긴 했지만 변이 바이러스라든지 몇몇의 변수들 때문에 마스크 벗을 날이 빨리 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설마 이런 사태가 평생 가는 건 아니겠지?
상황이 이러다 보니 괜히 평소에는 가지도 않았던 콘서트라든지 야구장이라든지 축구장이라든지 어디로든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고 싶어 진다. 마스크 안 썼다고 괜한 사람 얼굴 째려보는 일도 그리 정상적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옆 사람의 아무 상관없는 수다가 정겹고 그리운 때로 갈 수 있겠지? 부디 마스크가 필수품이 아닌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