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고 타셔야죠

공정한 다수가 불공정한 소수에게 당할 수 있는 일

by 생각하는냥

"내리고 타셔야죠."


유모차를 끄는 사내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는 남자의 요구는 언뜻 보기에 너무도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눈빛은 그렇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문 앞에 있는 사람들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내리라고 2~3초 정도의 뜸을 들인 다음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라고 달랐을까. 혹여 그가 유모차 때문에 다소 머뭇거림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짧은 동안이긴 했지만 그는 누가 보아도 내릴 사람처럼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사람들을 향해 '내리고 타셔야죠'라며 당당하게 말하니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당당함에 눌려 그 어느 누구도 항의하지 못했다. 그가 내리고 난 다음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중에서 가장 언짢았던 사람이 뾰로통해진 입을 열었다.


"지가 가만히 있다가 늦게 내려놓고 뭐가 저렇게 당당해?"


그러자 조용히 있던 주위의 사람들이 공감했는지 그제야 한 마디씩 쏟아내었다.


"이상한 사람이네."

"지가 늦게 내려놓고 저러네."


다들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말 한마디 못한 것이다.


공정한 다수가 불공정한 소수의 너무도 당당한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표현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소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불공정한 상황에서조차 다수가 불편함을 그대로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건 정말 아니다. 소수를 보호한다는 건 그 상황이 소수에게 불공정했을 때의 일이지 불공정한 일을 한 소수조차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따져 묻기라도 할 걸 그랬나 보다. 아마도 그랬더라면 주변의 사람들의 지원사격이라도 받았을 텐데 말이다. 아니다. 대체로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나서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괜히 옆에 있다가 손해 볼지도 모른다고 나 몰라라 할지도 모른다. 그저 뒤에서 욕하는 걸로 조금이나마 막힌 속을 뚫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까.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마도 또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까 싶다. 소시민의 일상이 뭐 별 게 있나.


이 즈음에 하나 질문을 던져 봅니다. 위에서 말한 뾰로통한 입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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