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버프

세상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된 적이 있던가.

by 생각하는냥

가급적이면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려 하였으나 뇌리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는 햄버거를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M사 매장으로 향하고 말았다.


매장에 들어서니 직원이 무슨 말을 하긴 했는데 마스크를 쓴 데다 주변이 시끄러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물어볼까 하다가 코로나시대니까 당연히 체온 측정해달라는 얘기겠지 싶어 체온계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개는 이런 매장에는 비접촉 적외선 체온계가 있을 터인데 유사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카운터에 카메라 화면이 켜진 태블릿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당연하다는 듯 태블릿 화면에 얼굴이 나오도록 섰다. 그런데 태블릿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허리를 숙여 얼굴을 태블릿 가까이에 들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반응이 없었다.


'어? 왜 체온이 안 나오지?'


태블릿 안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를 바보라고 깨달은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순간 창피함에 얼른 허리를 세웠다.


'아, 얘는 QR코드 찍는.....'


아무도 보지 않았기를 바라며 이내 휴대폰의 QR코드를 켜고 들이밀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기는 하였지만 바로 코 앞의 매장 직원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그는 애써 못 본 척 외면하려고 고개를 돌리긴 하였지만


'웃음 참는 거 다 보이거든?'


우쒸.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라서 좋은 건 창피할 때 언제든 마스크 뒤로 쉽게 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창피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최선이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맘대로 된 적이 있던가. 이 뜻하지 않은 일상 속의 버프 기능은 코로나 시대가 종결되더라도 당분간은 종종 애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지워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부디 매장 직원의 기억 속에 각인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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