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픔의 미학

당신의 어설픔은 다음 계단으로 가기 위한 한 걸음에 지나지 않을지니

by 생각하는냥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강의실 의자에 들러붙어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연애 초짜에게 뽀샤시한 빛을 뿜어대는 후배가 귤을 하나 건네주고 갔다. 쟤가 나 좋아하나? '콩닥콩닥'. 왜 그렇게 설레었을까.

평소 대화가 없었던 그 뽀샤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얘, 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지?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연애 초짜긴 했어도 영화나 드라마로 섭렵한 감으로는 이런 게 연애 감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풀었던 풍선은 기대가 지나치면 쉽게 터진다. 가랑비가 내리던 날 썸은 너무도 쉽게 끝나버렸다.


그때는 왜 그렇게 어설펐을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마음 씀씀이 어느 것 하나 능숙하지 못했다. 연애를 하기에는 너무도 어설펐다. 조금이라도 능숙했더라면 인연이 되기는 했었을까? 어쩌면 조금 더 늦게 만났더라면 성공률은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을 가끔 해보기는 했지만 어쩌면 그 시절의 그 단계가 없었더라면 연애 초짜로 평생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어설픈 시기는 있기 마련이다. 어설픈 시기를 거치지 않는 타고난 천재도 있겠지만 그 시기를 거치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연애고수는 아니지만 풍월을 읊는 정도만 되어도 나쁘지는 않더라.


연애라는 스킬이 지금에 와서야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 되어버리긴 했다. 그래도 가끔 연애상담을 할 때 발동이 되곤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강산은 변해도 남녀의 연애 심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 사는 건 세대가 달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얘기를 듣다 보면 그들은 어설프고 꽤 심각한데 듣고 있는 나로서는 실은 꽤 재미있다. 사악한가?


연애 초짜들아, 부지런히 연애하라. 어설픔은 꺼려해야 하는 게 아니다. 당신의 어설픔은 다음 계단으로 가기 위한 한 걸음에 지나지 않을지니. 사람이 두발로 능숙하게 걷게 되기까지 아기의 아장아장 걸음마는 거쳐가는 필수 단계가 아니던가. 사랑으로 가는 길은 쉬운 것도 그렇다고 매우 어려운 길도 아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갈 데까지 가보자. 최소한 추억으론 남겠지.



작가의 이전글나는 붕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