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냥 Apr 28. 2023

호구

눈 뜨고 코 베이는 이야기

자목란을 샀다. 


자목란이라는 화초는 세상에 없는 화초다. 꽃집 아저씨가 자목란이라 하여 자목란이라 아는 거지 구글링을 해보니 그런 화초는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목란을 산 건 꿈속이었기 때문이다.


자목련도 아니고 자목란이라 하는 이 환상의 화초는 난초의 일종일 텐데 이파리도 딸랑 하나여서 뭉툭하기까지 하여 볼품없었다. 평소 난에 관심도 없는데 자목란이라니.


평생 다녀본 적 없는 회사에서 만나본 적도 없는 약 십여 명의 팀원들과 강제 퇴사를 당하여 기념하기 위해 산 자목란이었다.


그런데 이 자목란은 생긴 것도 그렇지만 화분마저 뭉툭한 사각 모양이었고 게다가 큰 돌까지 눌러져 있었다. 이 큰 화분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돌을 반드시 반으로 쪼개든지 버리든지 해야 했다. 


꽃집 아저씨는 누군가를 호출하였다. 그러자 기계톱을 든 산적같이 생긴 아저씨가 나타났다. 이 돌을 갈면 되냐며 그 큰 돌에 기계톱을 들이대니 놀랍게도 돌이 갈아지는 게 아닌가. 실제로는 돌에 이런 짓을 하면 안 되겠지만 꿈에서는 가능하였다.


돌을 갈면서 위쪽의 자목란의 꽃 부분을 잘라내야만 했다. 보통은 이런 경우 화초의 주인에게 잘라도 되는지 묻고 잘라야 하는데 그냥 잘라냈다. 그러더니 잘라낸 꽃을 산적이 챙기는 것이 아닌가. 


"이건 잘라냈으니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응? 네가 가져가겠다고? 웃기고 있네.' 분명 현실이었으면 이랬을 텐데 꿈에서는 한마디도 못했다. 뭐야 대체. 이 콘셉트 뭐냐고.


옆에 있던 꽃집 아저씨는 마저 화분을 정리해 주었다. 이제 화분을 가져가도 된다고 하였다.


"저 산적 아저씨는 돌 하나 잘라주고 꽃을 가져가네요. 최대의 수혜자네요." 


라고 하자, 꽃집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알을 챙겼지." 


이 화초는 뿌리에 또 하나의 화초가 자랄 수 있게 알 모양으로 생긴 게 있었는데 방금 전 화분 정리를 하면서 챙긴 모양이었다.


꽃집 아저씨는 이 자목란을 팔아서 수익을 남겼을 텐데 더군다나 알까지 가져가니 최대의 수혜자는 꽃집 아저씨였다.


코앞에서 꽃잎도 알도 다 빼앗기고 있는데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실실거리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니 이런 호구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런 모습에 경악하며 잠에서 깨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꿈을 되새기며 글로 적고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상황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뉴스가 포털에 도배가 되고 있는데 실실 웃고만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우인 대한민국의 등은 이미 터져 버렸다.



참고자료 : (유튜버 듣똑라) https://youtu.be/iOTytnEe3fc

작가의 이전글 지하철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