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부디 이런 날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랬나? 유난히 카페인이 당겼다. 평소 같으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메리카노라서 피할 법도 했는데 유난히 커피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몸이 알려왔다.
얼마전 1층 카페 주인이 바뀌었다. 바뀐 후 첫 아메리카노였다. 그런데 시럽도 넣지 않은 이 커피 한 잔이 왜 이렇게 달달한 것인가?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 중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대체 무슨 마법의 가루를 뿌린 걸까. 내일도 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지하철을 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는데 간발의 차이로 할머니가 먼저 올라섰다. 길이 한 줄 짜리다 보니 길막을 시전 하면 어쩔 수가 없다. 서서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애타는 출근길의 직장인은 속이 타 들어간다. 그 바람에 지하철 한 대와 생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환승역에서 계단을 오르는데 또 다른 할머니가 좁은 길목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바람에 들어오는 지하철을 눈앞에서 고이 보내고 말았다. 심상치 않은 날이겠구나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두 대를 보내고 나니 경의중앙선의 마의 구간인 30분 대기 타임에 딱 걸리고 말았다. 이 지옥 타임을 피하려고 했건만 마치 사냥개에 몰려 덫에 걸려 대롱대롱거리게 된 것처럼 딱 걸리고 말았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에는 긍정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근처 분식집으로 향하여 꼬마 김밥과 어묵으로 열심히 충전을 하였다. 평소 같으면 이미 충전이 되고도 남음인데 아직도 충전이 필요하다는 알림이 뇌를 때렸다. 느닷없이 옆 가게 도넛 사냥에 나섰다.
도넛을 고르고 결제를 하려는데 앞 손님 결제 방식에 렉이 걸렸다. 무슨 할인 카드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품목마다 별도의 할인을 받아야 한다며 상품 찍고 카드 찍고 상품 찍고 카드 찍고 반복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길 가던 아주머니가 와서는 그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도넛 가게 직원을 콕 집어 'OOO 가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요?'를 묻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완벽하게 그런 날 아닌가.
그래도 꼬마 김밥 2줄 2,000원 + 어묵 1,000원 + 도넛 2개 3,400원 = 6,400원의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정신 승리를 하며 다음 지하철에 탑승하였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인터넷 글 몇 개에 아주 약간 몰입을 했을 뿐인데 정말 조금만 몰입했을 뿐인데, 그만 내릴 역을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낯선 창 밖의 풍경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그래, 오늘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그런 날이라니까.
지나쳐 버린 다음 역에서 내려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마치 자기 집 안방인 것처럼 방귀를 '뽕'하고 뀌며 지나갔다. 그 많고 많은 공간에서 굳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말이다.
그래, 오늘이 그런 날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완벽한 그런 날이란 말이다.
그래서 그랬나? 유난히 카페인이 당겼다. 평소 같으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메리카노라서 피할 법도 했는데 유난히 커피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몸이 알려왔다.
얼마전 1층 카페 주인이 바뀌었다. 바뀐 후 첫 아메리카노였다. 그런데 시럽도 넣지 않은 이 커피 한 잔이 왜 이렇게 달달한 것인가?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 중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대체 무슨 마법의 가루를 뿌린 걸까. 내일도 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일은 부디 이런 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