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발바닥이 '따끔'

by 생각하는냥


발바닥이 '따끔'.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발바닥이 '따끔' 신호를 보내왔다. 뾰족한 가시에 박힌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빼야겠구나 싶어 앞꿈치를 살짝 들은 채 샤워를 하였다.


샤워가 거의 다 끝나갈 즈음 발바닥을 들어 올려 따끔거리는 부분을 들여다보았다. 가시는 보이지 않고 약 4cm 정도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떼어내려고 하는데 마치 테이프라도 붙여진 듯 쉽게 떼어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발바닥을 가까이 들여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머리카락이 비스듬하게 약 1cm 정도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찔렸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붙어 있는 것은 절대 아닌. 피부층으로 따지자면 표피라고 해야 하나? 제일 겉 표피에 옆으로 약 1cm가량 찔려(?) 있었다.


혹시나 발바닥에서 자란 털이라면 따끔할 리도 없거니와 모근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샤워 직전 통증을 느꼈으니 그즈음에 어딘가에서 깔린 것일 텐데 슈퍼맨의 머리카락도 아닐 테고 찔리는 게 가능할 일인가? 더군다나 두터운 발바닥의 표피를 뚫고?


사진으로 찍어뒀어야 했는데 설마 '겠냐' 싶어 잡아 뺀지라 아쉽게도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하였다. 의학계에 신고라도 할만한 일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이걸 누군가한테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에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은 분명하겠지?


기념 삼아 머리카락을 보관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이미 하수관을 타고 어딘가로 흘러 나가고 있을 것이다.


이 로또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로 이런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당장 로또를 사라고. 하지만 안다. 이 희박한 확률의 사건 A가 나에게 일어나기는 하였지만 또 다른 희박한 확률의 사건 B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희박한 일에 당첨되었으니 희박한 다른 일도 당첨이 될 거라는 희망회로를 그리는 건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다. 그렇게라도 홍시에 얼굴을 얻어맞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런 희망회로를 그릴 시간에 노력을 해서 성취를 하는 게 훨씬 빠른 지름길이다.


부디 잘 가거라. 발바닥에 묻어? 아니, 박혀(?) 있던 머리카락아. 썩는 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린다는데 부디 쥐에게 먹히지만 말아다오. 아, 그 미신은 손톱이었나? 어쨌거나 부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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