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쩍팔을 허락하지 않았노라
예민함이 발동한다.
먼저 창가 자리에 앉았다.
기차를 타면 늘 옆자리가 궁금해진다. 제발 예민함을 긁는 이가 앉지 않기를, 폭망의 로또에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며.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이미 폭망 했기 때문이다.
먼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제발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거나 정상인 사람이 앉기를 원하고 또 원했다.
이윽고 누군가가 착석을 하였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뚫어져라 볼 순 없는지라 시야각 약 160도 정도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20대 남자로 보였다. 범생의 분위기로 인해 뭐 이 정도면 선방이다 싶었다.
그가 책을 꺼내 들었다.
응? 뭐지?
그가 당연하다는 듯 가운데 팔걸이를 당당하게 점령하였다. 심지어 팔걸이 경계선을 팔꿈치가 3cm 정도 넘어와 있지 않은가. 마치 집에 있는 책상에라도 앉은 듯 편하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쩍벌은 당해봤지만 쩍팔(?)은?
'나는 너의 쩍팔을 허락하지 않았노라.'
그래도 거기까지는 참을만했다. 창가로 10도 정도 기울여 앉으면 되니까. '아이고 허리야.'
그다음이 문제였다. 간헐적으로 흔들어대는 그의 다리가 그가 입은 바지를 부스럭거리게 하였다. 그가 다리를 흔들든 말든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연스레 귀가 쫑긋거려 시야에 다리가 들어왔다.
'오 마이 갓'
그러더니 이제는 언제 감았는지도 모를 머리를 자꾸만 털어댔다.
등을 약 10도 정도 돌려 앉아 그의 예민함도 부디 발동해 주기를 바랐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그의 예민함은 오로지 그 자신에게만 발동하는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책을 꺼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가방에 다시 넣더니 깊은 명상에 빠져 들었다.
응? 자는 거 맞나? 자는데 어떻게 다리를 저렇게 흔들어 대지? 마치 자전거발전기라도 돌리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물론 규칙적인 듯 불규칙한 간격의 흔듬은 그대로였다.
머리에 쥐가 날 무렵 그동안 고생이라도 했다고 보상이라도 내리듯 그가 내렸고 이내 옆자리는 빈자리가 되었다.
그가 가자마자 한 것은 가운데 팔걸이를 점유하는 거였다. 혹시라도 누군가 탄다면 이 애매한 국경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잠시도 방심하지 않으리라. 다시 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쩌면 이 세계 모든 나라의 국경선도 이런 과정을 거쳐가며 그어진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