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듯 다가온 평화와 불면의 시간에 잠시동안 글과 수다를 떨면서.
병원처방을 받고 약사에게 약을 받을 때 분명 비염 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사는 이걸 먹으면 잠이 올거다 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점심부터 약을 먹은 뒤로 올거라던 잠은 안 오고 정신이 오히려 멀쩡합니다.
저녁 12시를 넘겨 1시가 넘어서야 잠을 잤는데 몇신지도 모를 새벽녘에 눈을 뜨고는
누운 채로 눈동자를 굴리며 눈운동도 해보고
누운 채로 배를 불려가며 복식호흡에 빠져보기도 하고
한참을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충전중이던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4시!
페친들의 이야기를 클릭하며 페북질을 하다가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생각이라도 정리할 겸 두눈을 부비며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약기운 때문에 혓바닥에선 쓴 맛이 느껴지는데
대체 온다던 잠은 오히려 숙면 방해인 채로 새벽을 서성이게 만드는 건지.
약을 먹지 않았을 때가 오히려 잠은 더 잘 왔지 말입니다.
뭐 덕분에 이런 저런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되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몇년 전 같이 일 했던 분이 잠자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를 하셨다던 소식을 접하며
혹시라도 그럴 일이 있겠냐 했지만
돌연사라는 게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자다가도 내가 살아있음을 인지하고자
복식호흡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복부가 팽창하며 피부가 땡겨오는 순간
"아, 살아있구나"
그런 느낌이 오거든요.
더불어 옆자리에 자고 있는 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잘자고 있음에 행복에 겨워 곤히 자던 옆지기의 손을 잡아보곤 합니다.
가끔 손을 잡다가 깨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한번 도중에 잠에서 깨면 다시 못자는 옆지기의 잠습관 때문에
짜증과 원망을 들으면서도
그 또한 미안하면서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침대 한 편 어딘가에서 잠을 자던 강아지 "식초" 는
제 인기척에 금새 잠을 깨어 가슴을 쓸어달라고 벌러덩 누워 재낍니다.
'너도 잘 있었구나. 행복하게시리.'
평소에는 잘 몰랐던 일들이
잃어버렸던 미각의 일부를 되찾은 것 마냥
혹은 전혀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된 것 마냥
다른 이의 아픔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감각이 살아난 듯한 기분이랄까요.
잠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복에 겨워
글을 남겨 봅니다.
이제 남은 2시간동안
다시 눈동자를 굴려도 보고
배를 불려서 복식호흡을 해보기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옆지기의 손을 잡아도 보고.
아, 그러다 깨우면 혼구녕을 당할터이니 아무리 행복한 일이더라도
혼구녕 당할지도 모를 일이니 이건 좀 이따가 잠에서 깬 뒤에나 해야겠습니다. 조심조심 슬금글금.
새벽 4~5시의 세상의 적막은 늘 평화롭습니다.
지구 평화를 위해 이제 윈도우 종료 음악을 들으며 자리에서 떠야겠네요.
안녕, 잠시 만난 나의 평화야!
그리고 안녕, 잠시 만난 나의 감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