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보다 네가 더 힘들어

by 나타미

진형이와 8년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싸웠던 것 같다. 더 심한 사건 사고는 많았지만, 싸울 때 감정적으로 내가 가장 힘들었고 또 큰 소리를 냈던 싸움이었던 것 같다. 내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그 충동에 스스로가 놀랐었다.



사건의 발단은 악플이었다. 우리 콘텐츠 특성상 악플이 많이 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의 1년 반 가까이 계정을 운영하면서 악플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심지어 프러포즈 영상에도 저질스러운 악플을 단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거의 악플의 99%, 아니 거의 100%가 내 외모에 관련된 악플이다.



악플에 대해서 우리가 대처하는 방법은 삭제 및 차단이다. 차단하는 이유는 악플을 단 사람이 다음에 우리 콘텐츠를 안 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정성을 쏟아 만든 콘텐츠가 그딴 사람한테 소비되는 게 싫어서다. 그래서 한 번도 대댓글을 단 적도 없었고 그냥 삭제하고 차단했다.



나와박 맨 초반에 올렸던 릴스 중 하나가 바로 연애하면서 20kg 찐 내 모습을 담은 릴스였다. 거의 90%가 좋은 댓글이었고, 대부분 자기 애인을 태그 하면서 연애하면서 살찐 것에 대해서 공감하는 댓글들이었다. 나머지 소수가 악플이었는데 당연히 내 외모에 관련된 악플이었다. 그때 악플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던 나는 진형이에게 댓글 관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먼저 보고 지워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릴스가 노출되는 횟수가 줄어들고, 우리가 데이트 코스를 소개하는 게시물들을 많이 올리면서 악플 빈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나와박 관리는 사실상 내가 거의 다 맡고 있었기 때문에 진형이는 악플이 줄어드는 걸 보고, 이후 댓글 관리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동안 나는 인스타에 올린 릴스들을 유튜브, 틱톡, 네이버 등에 똑같이 업로드하고 있었다. 인스타보다 유튜브, 틱톡, 네이버가 훨씬 악플이 많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종종 악플이 달릴 때 진형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형이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였다. 진형이는 악플이 달렸을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았고, 내 앞에서 스트레스받는 듯한 행동을 보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자기 애인이 외모로 악플을 받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진형이가 그렇게 상처받는 게 싫어서 인스타 이외 다른 계정들도 다 관리하고 있는 내가 그냥 보고 삭제하는 식으로 1년을 넘게 지내왔다. 악플이 달렸어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보고 지우면 그뿐이었다.



그리고 악플이 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굳이 두 사람이 보고 기분 나빠야 할까 싶었다. 한 명만 기분 안 좋으면 그만이었다. 내가 악플이 달렸을 때 제일 처음 느끼는 감정은 진형이가 안 봤으면 좋겠다 옇고, 그래서 나는 혼자 댓글을 삭제하고 또 차단을 했다.



그러다 이번에 터져버렸다.



틱톡에서 영상 하나가 조회수가 엄청 터지면서 외모 관련 악플이 많이 달렸었다. 사실 살도 많이 쪘고, 또 외모에 대해 자신감도 정말 없는 편이라 지금껏 참아왔던 것들이 확 스트레스로 몰려왔다.



그래서 진형이에게 나는 화를 냈고, 진형이는 작년 초 이후로 유튜브와 틱톡은 자기가 신경을 못썼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계속 어긋났고, 나는 화가 폭발해버렸다. 나에게 그때 진형이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악플이 달렸을 때 진형이가 먼저 봤으면 어떡하지 하고 노심초사하던 내가 생각나서 화가 나고 서러웠다.



나는 내가 그 순간의 스트레스에 어떤 짜증을 내도 받아주기를 바랐었고, 진형이는 1년간 자기가 무신경했다는 점을 바로 인정하기가 힘들었었다. 그러다 내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방어하려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곧장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그의 모습에 화가 풀리는 것 같으면서도 더 심한 말로 상처를 계속 주고 싶었다.



악플 단 사람들보다 지금 네가 더 힘들어.



정말 싸울 땐 그런 마음이었다. 악플 단 사람들이야 모르는 사람이고 삭제하고 차단하면 그만인데, 넌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왜 1년간 혼자 참아온 내 마음을 모를 수 있어.



싸우면 보통 말을 최대한 아끼는 편인데, 그날은 다 쏟아부었던 것 같다. 울면서 1년간 진형이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 비난을 쏟아냈다. 진형이는 자기가 앞으로 댓글 관리 부분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울면서도 그걸 바란 것은 아니었다.



난 지금처럼 진형이가 안 좋은 댓글은 보지 않길 바란다. 진형이보다 내가 더 핸드폰 중독자이니, 아마 진형이는 절대 나보다 댓글들을 먼저 볼 수는 없을 거다. 나와박을 운영하면서 진형이는 좋은 점만 가져갔으면 좋겠다. 힘들고, 어려운 점은 그냥 내가 가져가고 싶다.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세상에 그런 못된 말을 하는 사람들과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나쁜 일은 차라리 내가 겪는 게 낫지, 상대가 겪는 걸 옆에서 지켜보진 못하겠다. 안 겪게 될 안 좋은 일들은 겪지 않고, 짧은 생 사는 동안 좋은 일만 겪었으면 좋겠다.



아마 진형이는 내가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자존감도 낮으니까. 그렇지만 난 내가 강한 면이 분명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지난 1년처럼 난 앞으로도 먼저 안 좋은 댓글이 있으면 삭제하고, 진형이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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