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에스, 자리가 없습니다
론세스바에스에는 수도원처럼 큰 알베르게가 있는데 대부분 거기서 자는 것 같았다. 도착하니 거의 4시쯤이었다. 앞에 외국인 여자 두 명이 있었고 나와 미나미가 체크인을 기다렸다. 피곤하고 온몸이 지쳐 있었는데 내 바로 앞에서 방이 다 찼다. 그런데 알베르게 직원들이 나와 미나미한테만 빼고 그 상황을 설명하는 거다. 영어로라도 우리한테 설명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당연히 영어를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뭐지. 약간 짜증이 났다.
직원들은 이 근처에 호텔이 있다며 거기서 잘 사람들을 먼저 찾았다. 좀 나이 많은 이탈리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호텔로 갔다. 한 독일인 남자는 텐트를 치고서라도 여기서 자겠다고 했다. 알베르게 측에서도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더니, 남자가 너무 강경하게 나오자 결국 허락한 것 같았다.
나와 미나미 그리고 나머지는 택시를 타고 다른 숙소로 보내졌다. 봉고차 위에 택시라 붙어 있는 차가 왔다. 그걸 타고 캠핑장 같은 곳에 있는 숙소로 갔다. 나무로 된 집들이 하나씩 있고 휴양 온 사람들이 거기서 묵는 듯했다. 체크인하는 데도 이 나라는 참 여유롭다. ID 카드와 여권으로 한 명씩 체크를 하고 또 한 명씩 불러서 서명을 했다. 초록색 옷을 입은 직원은 내 이름을 이상하게 불렀다.
나 말고 7명은 더 있었다. 바욘 기차에서부터 본 이탈리아 아저씨와 외로워 보이고 영어를 못하는 독일 아저씨, 그리고 스페인 젊은 남자들 3명. 나중에는 중국 사람들도 더 왔다. 날이 흐려 빨래를 해 봤자 마르지 않을 게 뻔했다. 그냥 흐린 게 아니라 초가을 마냥 추웠다. 다들 긴팔에 두툼한 후드티까지 입고 있었다. 나는 끈 나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다행히 빨래 서비스가 돼서 미나미와 같이 세탁기를 이용했다. 별 모양의 금색 동전 같은 것을 두 개 줬다. 옷을 넣고 별 모양자리에 맞춰서 넣으면 세탁기가 돌아갔다. 식당이 8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기다렸다. 이상하게 독일인 아저씨가 의자 끝에 앉아서 혼자 빵을 먹는데 그게 너무 외로워 보였다. 아저씨 뒤통수에는 큰 땜빵이 나 있었다. 말을 먼저 걸었는데 아저씨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 옆 이층에는 스페인 남자가 있었다. 먼저 말을 걸었다. 한국이라면 절대 먼저 말 못 걸었을 텐데. 이름은 브루노이고 잘생겼었다. 자기는 영어를 잘 못한다며 쑥스러워 했다. 나도 잘 못하는데 뭘. 친구 3명이서 같이 왔고 자기들은 팜플로냐까지만 간다고 했다.
8시가 지나 레스토랑에 내려가 밥을 먹었다. 세트 메뉴를 시켰다. 어니언 스프가 나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스프 맛은 아니었다.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한국의 식당들이 그리워졌다. 누가 뭐래도 외식문화는 한국이 최고야 하면서. 고기보다 감자가 맛있었다.
자려고 침대에 올라갔는데 스페인 남자 3명 중 한 명이 자기들 밖에 나갈 건데 같이 나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러자고 했다. 밖도 아니고 그냥 건물 난간에 나란히 앉아서 얘기를 했다. 우리 4명 다 영어를 썩 잘하지는 않아서 이야기가 되다 말다 했다. 내가 싸커라고 말하자 싸커라 말하지 말고 풋볼이라고 말하라 했다. 추워서 금방 들어갔다.
여기 오니 인스타그램이 별로 재미가 없다. 핸드폰을 그렇게 많이 볼 필요가 있었을까? 인스타그램에 그렇게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불편하게 잤다. 침낭이 익숙하지 않았고 침대가 너무 삐걱거렸다. 알람은 맞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부스럭대면 그때 일어날 생각이었다.
길었던 길었던 산티아고 첫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