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이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타미 Aug 21. 2020

싶은 마음

평생 한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람들을 보면
지구 반대편에 던져 버리고 싶다
황폐하고 생명 하나 없는 곳
홀로 헤엄쳐 오라
지켜보고 싶다

바닷길은 없는 길이었고
지금 있는 터를 모두 임시로 만들었다

불행은 내가 아닌 내가 있는 곳에
떠나고 떠난 곳에서 떠날 곳을 그리워하는 건 숙명 같은 것
서글퍼지는 간혹
삶도 같은 거라
독백같이 중얼거린다
헛된 것이
헛된 나를 지탱했으니
옮기고싶다 떠나고싶다
옮기고싶었다 떠나고싶었다


세 살 걸음으로 마을에 나가 검은 고양이를 마주쳤을 때

태풍에 섬에 갇혀 버렸을 때

도시에서 온 선생님이 떠나고 처음 해가 떨어졌을 때

들어올 친구도 나갈 친구도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부모가 싸우고 이혼하지 않았을 때

문 턱 사이에서 누군가와 증오를 나눴을 때

창문으로 몰래 집을 빠져나와 차도에 등을 맞댔을 때

자정 은하수를 바라봤을 때

한 평짜리 고시원에 갇혀 옆집 통화 소리를 들었을 때

자취방이란 단어에서 곰팡이 냄새를 맡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말했을 때

손목을 긋고 싶었을 때 그러면 안정될 거 같았을 때

뉴스를 보며 울렁거렸을 때 토하고 싶었을 때

어른들에게 뺨을 맞았을 때


매거진의 이전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