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람들을 보면
지구 반대편에 던져 버리고 싶다
황폐하고 생명 하나 없는 곳
홀로 헤엄쳐 오라
지켜보고 싶다
바닷길은 없는 길이었고
지금 있는 터를 모두 임시로 만들었다
불행은 내가 아닌 내가 있는 곳에
떠나고 떠난 곳에서 떠날 곳을 그리워하는 건 숙명 같은 것
서글퍼지는 간혹
삶도 같은 거라
독백같이 중얼거린다
헛된 것이
헛된 나를 지탱했으니
옮기고싶다 떠나고싶다
옮기고싶었다 떠나고싶었다
세 살 걸음으로 마을에 나가 검은 고양이를 마주쳤을 때
태풍에 섬에 갇혀 버렸을 때
도시에서 온 선생님이 떠나고 처음 해가 떨어졌을 때
들어올 친구도 나갈 친구도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부모가 싸우고 이혼하지 않았을 때
문 턱 사이에서 누군가와 증오를 나눴을 때
창문으로 몰래 집을 빠져나와 차도에 등을 맞댔을 때
자정 은하수를 바라봤을 때
한 평짜리 고시원에 갇혀 옆집 통화 소리를 들었을 때
자취방이란 단어에서 곰팡이 냄새를 맡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말했을 때
손목을 긋고 싶었을 때 그러면 안정될 거 같았을 때
뉴스를 보며 울렁거렸을 때 토하고 싶었을 때
어른들에게 뺨을 맞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