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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Dec 31. 2020

31일의 글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은 진부하기만 하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았으나 비슷한 말을 하는 날

어제와 똑같은 오늘과 오늘과 똑같은 내일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나

제야의 종은 무거운 침묵에 빠졌고

재능 없는 지망생은 창문 안에서 자기 복제를 하고 또 하고

거리에 드문드문 쌓인 눈무덤은 발로 채는 사람 하나 없어 쓸쓸하다

내년엔 내년의 달력으로 가득하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올해와 내년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사라지지 않고 썩어지지 않는 흩어져버린 세월

새가 쪼는 듯한 편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올해가 시작했을 때처럼 내년에 희망을 걸어보나

어디에 있나 그 희망은 어디로 사라졌나

그래도 걸고 싶은 희망은 어디에 있나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같은 인사 진부한 그 인사를

우리는 돌아오지 않을 해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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