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오는 차도 밟지 않는
사거리 중앙
빛들은 어지럽게 번져있다
나는 사거리 한복판에 서 있다
신호에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 가고 왼쪽으로 둘러 가는
차들의 물결에 고개는 방향을 잃는다
자신이 정한 목적지로 향해가는 긴 물결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볼 수 없는 사람의 시력이라
떠나는 차들의 뒷모습은 그저 붉고
오는 차들의 앞모습은 희미하게 노랗다
나는 여기로 가다 부딪치고
저기로 가다 채여 다시 제자리다
어스름히 어둠이 깃든 사거리
뚜렷한 것은 무엇도 없다
붉고 노란 물결은 일정한 흐름을 만들지만
정지해 있는 것들은 계속해서 번져만 간다
중앙에 그려진 사람은 비를 맞고
보는 곳도 형체도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