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이유는
아킬레스건에 부드러운 이불이
스치는 감촉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또
트루먼쇼처럼 잘 가꿔진 광경을 보기 위해
한강을 향해 정강이에 힘을 주어 페달을 굴리면
물길이 보이고 높이 솟은 빌딩들이 보인다
주말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무릎 보호대를 찬 젊은이들은 보드를 타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은 연을 날리고
지나갈게요를 외치는 자전거 무리는 날쌘 속도를 유지하고
지친 육체와 웃는 표정이 섞인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있다
멀리서 바라본다
이 얼마나 잘 꾸며진 광경인지
너는 뛰어노는 아이의 역할
너는 유모차를 옆에 두고 앉아있는 부모의 역할
너는 강아지를 끌고 나온 노인의 역할
광경은 희극처럼 보이나 희극이 아니다
희극처럼 보이기 때문에 희극이라 말할 수 있다
모두의 속내와 사정을 모르는 광경은 아름다워서
눈에 보이는 것에 속아준다
만족스러운 평화
이러한 광경을 보는 것도
태어난 이유에 속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