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티셔츠를 집에 두고 갔고 향기로 알아챘다 애인의 냄새는 살아있었다 종종 애인의 티셔츠를 얼굴로 껴안았다 사랑을 의심하며 미래에 무릎 꿇은 밤 애인의 티셔츠 안은 고요했다 애인의 사랑은 내 생애 받아야 할 사랑의 총량을 채우고도 남았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애인의 향기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외로워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아 외로울 때 아이처럼 꼬물대며 옷을 잡아당겼다 나의 사랑은 예민했으나 애인의 옷에서 나는 냄새는 지금 세계의 전부였다 세계가 이와 같다면-
너의 고유함을 사랑해
중얼거려
아무것도 맡아지지 않는
혼란 속
고유한 하나의 향기가
맡아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