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두드림 11: 그리고 조용히 열리는 다음 여정
돌아보면 내 삶의 열 편의 이야기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내 마음이 아주 작게 흔들린 순간들을 모아놓은 기록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스쳐갈 풍경이었겠지만
내게는 오래 여운이 남아
결국 길을 바꾸게 만든 작은 파문들이었다.
사표를 찢었던 날의 숨죽인 마음,
허락받지 못한 선택 앞에서의 무력함,
아이들의 한마디에 밤늦도록 흔들리던 교실.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 말없이 “다시 들어보라”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 속삭임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너무 바쁘게 뛰었고,
너무 단단하게 버텼다.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깨달았다.
내가 붙잡던 것은 ‘일’이 아니라,
그 일을 지키는 ‘나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떠났다.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자면,
떠남도 시작이 아니었다.
그저 긴 여정의 입구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2년만’이라고 말했지만,
삶은 내게 다른 속도를 건네주었다.
출가를 고민하던 산사에서,
인도의 이른 새벽 공기 속에서,
길 위를 끝없이 걸어가던 도보 여행에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이 얼마나 많은 질문을 품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흩어진 마음을 주워 담는 데만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버티며 나는 이해했다.
사람의 내면은 생각보다 더 넓고, 더 어둡고, 더 조용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조용함이 끝내 방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돌아오고 나서도 나는 쉽게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 대신
그동안 외면해 왔던 ‘잘할 수 있는 것’의 결을 살피기 시작했다.
흔들리던 마음이 어느 날 조금씩 다져지며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에필로그는
마지막이면서도,
살며시 다음 이야기를 향해 열려 있는 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이어질 글들은
떠난 자리에서 다시 나를 세우던 시간,
그 시간을 지나 마침내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기록이 될 것이다.
낯선 풍경과 고요한 깨달음, 방황과 회복,
그리고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되찾는 여정들.
당신이 이 길을 함께 걸어준다면,
그것만으로 다음 장은 더 따뜻하게 열릴 것이다.
부디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당신의 속도로 넘어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