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답을 찾는 방황은 끝났다

나를 찾은 여정 11: 이제는 나를 살아낼 시간

by 낙천지명

돌아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갈구하며 살았다.

그것은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 같은 것이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확신이기도 했으며, 남들 앞에 내놓아도 결코 부끄럽지 않을 그럴싸한 이름 하나이기도 했다.

교사라는 직함을 가졌을 때도, 상담이라는 깊은 학문에 침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표를 던지고 길 위에 섰을 때조차 나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 애썼다.

고시원의 첫날 느꼈던 그 막막한 고요함 속에서도, 템플스테이의 서늘한 밤공기 아래서도, 삭발을 앞둔 떨리는 순간마다 질문은 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채우는 대신 비워내며 마주한 것들

시간이 흐르며 질문의 형태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정답을 묻기보다, 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묻게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무늬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속도로 걸을 때 가장 편안한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이 긴 여정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은 무언가를 새로 얻는 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내려놓는 법이었다.

타인의 기대를 털어냈고,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의 이미지를 벗겨냈다.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문장들에서 조용히 발을 빼기 시작하자, 비로소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답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금 늦게 찾아왔다.

모든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야, 혹은 몸이 비명을 지르며 멈춰 선 뒤에야 보였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거창한 사명이나 대단한 꿈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내 몸과 마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삶,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문장을 향한 쉼표

그 지난했던 방황 끝에 나는 새로운 직장과 만남과,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기 위해 날을 세우지 않는다.

오늘 주어진 시간을 성실히 채우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를 찾는 여정’은 나를 다른 특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외면당했던 진짜 나를,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찍는 마침표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 문장을 이어가기 위한 긴 쉼표에 가깝다.

이제 나는 늦깎이 남편으로서, 서툰 아버지로서, 그리고 일터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평범한 '나'로서의 삶을 기록해보려 한다.

나를 찾는 여정은 여기서 마친다.

그리고 이제 나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진짜 삶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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