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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Mar 10. 2019

학센과 루드비히

오늘은 기숙사 동생들과 마음먹고 외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푸짐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지가 언제였던가... 원래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하는 로컬펍에 가려고 했지만,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결국 중앙역에 있는 Gaffel am Dom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의 학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쾰쉬와 학센, 그리고 독일 소세지

쾰쉬는 지난 카니발 기간에 병으로 된 것으로만 먹어봤는데, 이렇게 생맥주로 먹으니 그때 느끼지 못한 부드러움과 홉향이 느껴졌다. 학센의 기름지고 짠맛과 아주 잘 어울렸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동생들이 술을 잘 못하길래 나도 그냥 참았다. 일반 맥주보다 잔이 작아서 더 아쉽고 감질났다. 


 



배를 두둑이 채우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Ludwig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는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날씨가 도대체 언제 좋아지려는 거지?


루드비히 미술관에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포스트모더니즘과 철학' 수업 덕분에 낯익은 작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교수님이 유독 강조하셨던 프란시스 베이컨부터 뒤샹의 작품까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이 수업을 들은 이후, 나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의 배경, 작가의 의도와 같은 정보적인 내용보다는 그 작품이 주는 힘과 느낌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사람의 눈물처럼 물감이 흘러내렸던 왼쪽 그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점점 형체를 잃고 힘을 잃어가던 물감의 추락을 꽤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뭉클해지는 그림이었다.


오른쪽 작품은 거리의 소음에 피아노 건반 소리를 덧댄 음성을 틀어주며, 감상자가 미술관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바깥 풍경이 음성만으로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느껴졌다. 거리의 소음은 쾰른과 아주 멀리 떨어진 나이지리아에서 녹음된 것이었는데도 묘하게 쾰른의 풍경과 겹쳐지며 하나의 미술작품이자 음악인 것처럼 여겨졌다. 여기에서도 한동안 계속 저렇게 서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토마토, 계란과 호밀빵, 후무스를 샀다. 오늘의 소비는 총 28.5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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