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msloe Plantation 자칭 개척자들
짚으로 소박하게 친 텐트로도
가랑비나 산들바람 정도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한낮의 찌는 햇빛 그
노여움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까
별이 빛나는 여름밤에는
거북이 등 같은 바닥에서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잤을 것이다
남의 땅에 들어와 착취하느라 얼마나 피곤했을까
광주 보병학교
지리山 노고단에서 텐트도 안 치고
쏟아지는 별들과 대화도 못하고
하루 종일 山을 타며 한 병정놀이에 지쳐
코도 안 골며 잤던 그때
이 텐트가 있었더라면…
연대 RCT 훈련 중
100KM 산악 행군 후 너덜너덜한 몸으로
하늘을 텐트 삼아 눈 위에서 잤을 때
이 텐트가 있었더라면…
詩人도 이제 늙은 모양이다
옛날이야기나 하고
이렇게 초가 텐트는 호화 저택
그러나 Native American의 분노가
담긴 허리케인이 오면 짚은
원자로 분해되어 우주를 떠돌게 될지도
폭풍까지도 필요 없을 듯
원주민의 눈물 같은
가랑비라도 오래 오면 이 초가 텐트는
그대로 주저앉아 땅과 하나가 될지도
詩人은 오로지
사바나는 어떤 텐트를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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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Wormsloe Plantation에서 짚으로 대충 만든 텐트 같은 것을 보고, ‘초가 텐트’라고 이름 지었다. 이 텐트의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임시 대피용으로 쓸 수 있으리라. 시인은 캠핑은 고사하고 야외를 즐기지 않지만, 주위에 캠핑 고수들이 많고, 집안에 틀어박혀 시나 쓰는 남편과는 달라, 밖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마누라 덕분에 종종 친구 따라가기도 한다. 물론 텐트는 친구들이 친다. 시인이 치면 하루 종일 걸릴 테니,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은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도 텐트를 스스로 친 기억이 없다. 그래도, ‘텐트도 못 치면서 뭔 시를 쓰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개나 소나 다 시인이라지만, 시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자신은 아무나가 아니고, 늑대라고 시인은 자부한다. 단지 ‘돈 안 되는 시집은 왜 자꾸 내냐?’라는 핀잔을 마누라에게서 듣긴 하지만, 시인은 주옥같은 시를 쓰라는 격려의 말로 듣는다. 시인의 설움은 각설하고, 이 시의 목적으로 돌아가, 사바나에 많은 폭풍을 견디고 있는 현대차와 한국 기업들이 초가집이 아닌 튼튼한 텐트로 대피처를 마련해 놨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