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근원통(眼根圓通)의 방법
식(識)을 다스리기 위한 안근원통(眼根圓通)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각막에서 망막을 보듯 시선을 두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시선을 전환하면, 내부에서 생성되던 망상들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더 이상 전개되지 않게 됩니다.
망상이 생기는 이유는 뇌의 DMN(Default Mode Network)이 과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DMN은 외부 감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이는 진화적으로 외부의 위협이 없을 때만 내부 상상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망상은 늘 은밀한 틈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나 각막에서 망막을 보는 안근원통을 취하면, ‘보는 행위 자체’가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자기 안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생깁니다.
바로 이 구조가 라캉이 말한 응시(le regard)와 같습니다. 응시란,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시선 그 자체가 나를 건드리는 자리, 즉 주체가 ‘보는 자’에서 ‘보여지는 자’로 뒤집히는 순간입니다. 이 전환이 일어나면, 말하자면 환상이 펼쳐질 무대가 사라져 버립니다. 라캉식으로 말하면, 시선이 외부 대상에 붙어 있지 않고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순간, 상상계(환상·망상)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그 틈새로 실재(real)가 스며들어옵니다. 따라서 각막에서 망막을 보는 시선은 환상이 만든 주체의 구조를 가르는, 일종의 실재의 파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