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아닌 생리
생각을 멈추려 애써본 적이 있나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려는 노력 자체가 또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요. 파도를 손으로 눌러 잠재우려 할수록 더 큰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의지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고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아직, 당신의 척추와 뇌 속에 흐르는 '생명의 물(뇌척수액)'이 가진 비밀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아주 정교한 생리적 시스템의 조율입니다.
눈을 감고, 잠시 상상해 보세요. 당신의 머리 앞쪽 미심(眉心)의 기쁨과, 뒤통수 옥침(玉枕)의 굳건함,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뇌의 가장 깊은 중심, 중황(中黃)을요. 이 세 점이 연결되는 순간, 뇌 속에는 아주 특별한 공명이 일어납니다. 마치 컵을 톡 치면 물결이 일듯, 당신의 의식이 머무는 곳으로 뇌척수액이라는 맑은 물이 춤추며 모여듭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십니다. 이때, 허공으로 흩어지던 당신의 에너지는, 즉 뇌 척수액은 척추의 깊은 바닥으로 묵직하게 내려앉습니다. 마치 화살을 쏘기 위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듯, 교감신경의 뜨거운 불꽃은 아래로 가라앉고 뇌실은 비워지며 고요한 틈을 만듭니다.
그리고 천천히 내쉽니다. 이제, 아래에 모였던 그 응축된 힘이 척추를 타고 부드럽게 솟구쳐 오릅니다. 그 파동은 머리 한가운데, 제3뇌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바로 그 순간입니다. 물이 차오르는 그 기분 좋은 압력이 뇌의 중심 시상(Thalamus)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 당신의 뇌는 스스로 '가바(GABA)'라는 평화의 물질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강제로 스위치를 끄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뇌가 스스로, 소란스러운 세상의 문을 닫고 내면의 창을 여는 것입니다. 신경이 진정되고, 잡념의 회로가 씻겨 내려간 그 자리. 미심의 빛과 옥침의 벽 사이, 중황의 텅 빈 공간에 '무념의 기둥'이 섭니다. 당신은 그저 그 기둥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애쓸 필요 없이, 그저 물길이 흐르는 대로, 내쉬는 숨에 의식이 확장되는 대로 맡겨두세요. 어느새 당신은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생각조차 내 것이 아님을 알고 흘려보내는 거대한 자유임을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머리 속 물길은 안녕하십니까? 숨을 들이쉬어 내리고, 내쉬며 뇌를 깨우세요. 그곳에 당신이 찾던 침묵이 이미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