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故 김중만 작가가 찍은 '김현식 5집' 앨범 재킷 속 발사진이었다. 이후 더욱 사진이라는 예술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LIFE 잡지를 한 헌책방에서 마주한 후 였다. LIFE는 1936년 헨리 루스라는 인물이 만든 역사상 최고의 사진 잡지다. 인상을 잔뜩 찌뿌리고 있는 '윈스턴 처칠', 타임스퀘어 앞에서 찍힌 수병과 치위생사의 키스, 물레를 돌리고 있는 '간디', 달에 첫 발자욱을 남긴 '닐 암스트롱' 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사진들이 이 잡지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다.
2007년 이 잡지가 폐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받는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기 구독을 하진 못했지만, 헌책방이나 유명 수입서적 관련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뒤져보던 잡지. 새로 발간되는 잡지에 어떤 멋진 사진이 등장할까 항상 두근대던. 어쩌면 당시 빌보드 차트 만큼이나 기다려왔던 잡지가 사라진다니 믿기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온라인 상으로나마 LIFE의 멋진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고 관련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프린트가 주는 느낌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다.
잡지 폐간에 대한 아쉬움도 서서히 잊혀져 갈때즈음이었던 2013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개봉한다. 당시 머리속에 공상만 가득했던 자신에게 참 특별한 영화였다.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모두 흥미롭고 즐거웠. 특히 숀 펜이 분한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특별했다. 정말 LIFE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은 다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숀은 디지털 카메라가 추세로 돌아선 시대에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원하는 순간 포착을 위해서 못 갈 곳이 없고 못 할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정말 찍고 싶은 장면이 나타나면 오히려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것에 만족한다.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쫗고 그것만을 위해 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이 LIFE에 실리는 것이다. 저 위에 영어로 적어 놓은 LIFE의 모토가 가장 어울리는 등장인물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라이프(인생)의 목적이다"
숀은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관종들이 흘러 넘치는 이 시대에 하루 한 번씩 이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관종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반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