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중독자가 바이올린을 만났다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을 접했을 때

by 주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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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활자 중독이다.

책 중독과는 꽤 다른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독서를 취미로 두진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내 눈에 보이게 된 활자는 모두 의식과 관계없이 읽게 되는 그런 습관이다.

중독이라 하면 좀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활자 중독의 경우 읽지 않으면 불안하다.

영상을 대체로 잘 보지 못하고 문서나 메뉴얼로 봐야 안심이 된다.

유투브 영상으로 대체되는 메뉴얼이 많아지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부정확한 발음을 듣는 것도 힘들지만,

언제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게 될지 답답하다. 문서라면 내가 원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 읽으면 되지만, 영상은 원하는 부분이 도대체 언제 나오나 하며, 본론은 언제 나오는지, 게다가 일반인이 진행하는 것이 많아서 구구절절한 것도 더러 있어 볼때마다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게 된다. 심하면 화도 난다.

-우선 이런 활자 중독에 대한 내용을 쓰고 있는 자체도 구구절절하지만, 어떤 이는 그래서 바이올린은 언제 나오냐 할 수 있지만, 이 글은 활자가 아닌가? 빠르게 속독 하길 바란다.


바이올린에 입문한지 약 17주차로 4개월을 넘긴 상태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제로에 가까운 내가 어떤 우연한 계기로 바이올린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관심은 딱히 없다-. 감히 말하자면 난 진도가 빠른편이고 모범적으로 레슨을 수행하고 있다. 17회의 레슨으로 스즈키 2권의 막바지에 이르러 곧 3권에 들어가게 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레슨선생님의 배려, 느슨함, 취미의 기준, 예습 등- 내 생각엔 활자중독자의 어떤 이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모든 해답은 교과서에 있다"는 말이 있다. 사교육 없이는 안된다는 풍문이 있지만 교과서에 나온 아주 작은 글까지 세심하게 본다면-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느정도의 답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교과서는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이다. 전세계의 어린이들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교본이기도 해서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보고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즈키 교본에 나와 있는 악보를 보고 바이올린 연주는 하지만 책에 있는 작은 글을 읽는 사람은 몇 안된다는데, 심지어 "그 책에 글도 있어?"라고 묻기도 한다.

스즈키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철학적 개념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아이가 어떤 가정의 환경 속에서 후천적인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가고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이상적인 성장의 바램을 엿볼 수 있다.

참 된 교육자가 아닌가? 스즈키의 바램대로 하나씩 그 악보들은 순차적으로 수행한다면, 누구든 올바르게 배우고 결과적으로 유대감까지 챙기는 바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즈키 1권에서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부모에게 바라는 점, 그리고 아이가 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권유하는 서문이 있는데 이 내용은 아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꽤 중요한 지침이다.

중점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매일 모범연주 CD(부록)를 자주 듣게 하고

2 토널리제이션의 중요성을 인지

3 좋은 자세를 만들기 위한 노력

4 동기부여

5 정확한 음감을 기르기 위한 튜닝 습관

6 악기를 소중히 대하기(관리)

대략 이렇게 여섯가지 정도이다. 아마 성인 바이올린을 하면서도 이 모든 과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나를 발전하게 해준건 오로지 이 요소들이었다.


우선 첫번째 스즈키 CD 듣기의 습관은 나도 얼마되지 않았다. 평소 음악을 거의 듣지 않기도 하고 요즘 CD를 어디서 듣겠는가? 하지만 듣는 습관을 기르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진도에 맞춰서 듣기를 권장한다. 리듬과 모범 박자가 자연스럽게 뇌리에 박힌다.


두번째로 토널리제이션을 중점적으로 연습하다보면 내가 주력해서 연습해야하는 새로운 토널리제이션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 자연스레 습관이 된다. 오랜 연습시간에도 잘 늘지 않는다면 이런 방법으로 연습해야한다. 또한 다른 악보를 봤을 때도 본인 스스로가 토널리제이션을 마디를 추출해 반복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조금더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연습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향상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연습은 정성적이기 때문에 잘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좋은 자세의 중요성은 매우 잘 알 것이다. 레슨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선생님이 없을 때 그대로 기억해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 중요성을 알고 계속 신경쓰며 노력한다면, 내 노력으로 깨우치게 되는 작은 결과들이 따라 온다. 연주 중 효율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되면 계속해서 개선의 노력을 시도해야한다. 초보자는 아마 한시간 연습에 꽤 많은 자세로 변환된다. 자세가 안정적이면 활을 쓰는 오른손에게 약간씩 자유가 찾아온다. 결국 왼손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오른손에 집중하지 않을 자유를 만들어줘야한다.


네번쩨의 동기부여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추천한다. 적절한 보상을 스스로에게 하고 연습을 너무 길고 치열하게 하지 않는 것이 내 경험상으로 좋다 -난 공부를 할때도 집중하고 앉아서 하지 않는다. 장기전이 된다면 생활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누워서 바이올린을 하기도 하고 집안을 돌아다니면서도 하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한다. 각잡고 집중해서 연습해야하는 옥죄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쉽게 연습할 수 있는 동기와 예쁜케이스나 활 이런것들을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 조금씩 나누어서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번째로 음감기르기를 위한 튜닝이다. 항상 연습 전후로 튜닝 체크는 기본이 된다. 특히 레슨 당일이라면 레슨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가는 것이 좋다. 미세한 음의 차이만 선생님께 의지하도록 하자. 이것도 하다보면 늘어간다. 그래서 초보에겐 이지팩과 전자튜너는 기본이다. 선생님에게 너무 의존하게 되면 선생님 없는 시간에는 효율적으로 연습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선생님은 이런 학생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마지막 여섯번째는 악기를 관리하는 습관이다. 내 경우엔 초보이기도 하고 아는게 없지만 이 또한 교과서인 스즈키 교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짧게 연습하더라도 항상 악기를 정성스레 닦으며 구석구석 살펴주자. 악기를 닦고 있는 시간동안 오늘의 연습에서 얻게 된 것과 다음 연습에서 나아갈 방향 등을 계획 할 수 있다.


쓰다보니 매우 긴 글이 되었지만, 스즈키 1권만 잘 읽어도 우리는 후천적 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스즈키가 말하는 모국어의 습득처럼 우리는 <능력의 법칙>에 따라 성장 할 것이다.

언제나 해답은 교과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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