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사막에서 야영과 일출. 그리고 데드블레이의 즐거운 시간
보츠와나에서 나미비아 빈툭으로 오는 길은 길고도 지루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뻗어있는 길을 자동차가 계속 달리고 달려 해가 저물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달리는 차 안에서 자다가 졸다가를 반복하고 허리는 아프고 폐인이 될 때쯤 차가 달리는 정면으로 석양이 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는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고 붉은 해가 완전히 내려간 지평선으로부터 펼쳐지는 오렌지 빛깔의 여명은 노란색은 로 이어졌고 다시 파란색으로 이어지면서 더 짙은 푸른색, 급기야 깜 한 하늘까지 그라디에이션으로 이어졌고 까만 하늘에는 빛나는 별들도 한두 개씩 보였다. 그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일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자아냈다.
사막에서의 아름다운 여명은 하루 종일 차에서 시달렸던 나의 고달픔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나미비아는 '나미브사막의 땅'이다. '나미브'란 넓고 광활한 지대를 뜻하는 토속어로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다. 나미브사막은 나미비아의 대서양 연안을 따라 길게 이어졌으며, 크기가 남한 넓이보다 훨씬 크다. 칠레의 아타카마와 함께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북쪽은 흰모래, 남쪽은 붉은 모래가 주를 이른다.
빈툭에 너무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다음날 소수스블레이로 이동하였다.
소수스블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사구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곳으로 온통 붉은색이었다. 사막야영을 할 계획이었다. 캠핑장에 들어가면 해가 질 것 같아 근처의 사구에서 노을을 보려고 차량을 세웠다.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 도착한 사구는 그렇게 높지 않아 거뜬히 올라갈 수 있을지 알았다.
너무 만만히 본 것이었을까? 사구를 올라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50센티를 올라가면 30센티가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반복했고 신고 간 슬러퍼 구멍 사이로 모래는 엄청 들어와 왼발 딛고 모래 빼내고 오른발 딛고 모래 빼내기를 반복하면서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갔더니 해는 벌써 져서 주위는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날씨도 쌀쌀해졌다.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기온 차이는 일몰 후부터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올라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모래는 너무 곱고 부드러웠으며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캠핑장에 들어왔을 때는 깜깜한 저녁이었다. 빈툭에 짐을 놓고 와서 풀 짐도 없었고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상황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자야 할 듯하였다.
저녁은 드라이버가 준비한 바비큐였다. 사막 한가운데 모닥불이 피워지고 술 한잔을 하니 몸에 온기가 돌면서 쌀쌀한 사막의 밤을 버틸 수 있게 하였다.
모닥불을 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굳이 머리를 들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밤하늘의 별들이었다. 주위는 어두웠고 눈에 걸리는 것들이 없었기에 깜깜한 땅과 하늘이 구분되지 않았고 지평선에서부터 별들이 반짝였기 때문이다.
소수스블레이에서
쏟아지는 별빛 아래 캠핑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사막의 밤은 사람을 오슬오슬 춥게 한다. 모닥불을 피우지 않았다면 밖에 앉아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나미브사막 한가운데서의 야영은 어느 것이 내 텐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텐트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텐트는 추위를 막아줄 수 있도록 천 자체가 두꺼웠고 텐트 안으로 들어서니 매트가 깔려있었다.
사막의 밤은 춥다는 소리를 들어서 한국에서부터 침낭을 가져왔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겪어본 사막의 밤은 가져온 여름 침낭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드라이버에게 겨울용 침낭을 하루 임대하였다.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 연거푸 들이마신 술기운으로 추운지도 모르고 잠을 잤는데 듄 45에서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나미비-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의 유명 사구들은 번호로 이름이 매겨져 있다.
듄 45는 소 수스블레이 부근에 자리한 150m 높이의 모래언덕으로 수많은 사구 중 가장 유명하다.
일출을 보기 위해 듄 45에 올랐다.
아래에서 볼 때는 올라가기 쉬울 것 같았는데 헉헉 거리면서 저질체력을 인증시켜 주었다.
일출을 보기 좋은 자리가 있는 줄은 알겠는데 거기까지 가다 보면 해가 중천에 떠오를 것 같아 일출이 보일 만한 곳에 철퍼덕 주저앉아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해는 떠오르기 시작했고 빛을 받은 모래가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내뿜는 기운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막의 매력은 끝이 없구나!!
듄 45에서 내려올 때는 능선으로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하강하였다. 각도가 있어서 내려오기 힘들 것 같아 망설였지만 어느 정도 빠지는 모래 덕분에 훨씬 안정적으로 내려올 수 있었고 내려오다 넘어져도 모래 위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엉덩이로 썰매를 타면서 내려왔다.
살살 내려오는 것은 즐거웠지만, 스피드가 붙으면 무서울 것 같다.
일출도 봤으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데드블레이로 향했다.
데드블레이는 둥근 평지 모양의 땅에 오래전 물이 고였다가 물 흐름이 바뀌면서 안쪽에 있던 나무들이 모두 말라죽은 곳이다.
사막은 부드러운 모래가 나도 모르는 사이 신발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편했다. 햇볕은 강했고 바람이 불면 입속으로 모래가 들어와 머플러가 필수이긴 하지만, 신발을 벗어놓고 머플러가 풀어진지도 모른 체 모래 위를 마음껏 뛰고 걷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붉은색의 모래 사고를 배경으로 죽은 나무들의 모습과 작디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
죽은 나무의 형상은 멋진 사진 속의 모델이 되었고 나는 누워있는 나무에 걸쳐 앉아 잠시 쉬면서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엑티 비티이 천국으로 불리는 스와콥문트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두워졌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근처의 레스토랑이 있어 예약은 하지 못했지만 무조건 가보기로 했다.
예약을 못했는데 자리가 있냐 하니 매니저인듯한 점잖은 신사분께서 딱 한자리가 남았다고 한다.
시푸드와 맥주를 시켰고 대서양을 접한 곳이라 그런지 씨푸드의 비주얼은 칭찬할만하고 맛도 좋았다.
캬아~ 오늘 운 좋다!!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