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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Mar 30. 2019

사막을 날다!
그리고 달리다.

나미비아 사막에서 스카이다이빙과 4륜 구동으로 사막을 달리다.


나는 귀가 왜 이리 팔랑귀일까??

결론은 스와콥문트에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스카이다이빙을 신청해 버렸다.  이렇게 무서운데  ㅜㅜ

'눈 딱 감고 뛰면 바로 내려오는데 뭐가 무서워..  넌 할 수 있어!'라는 부산 아줌마의 말을 듣고 홀랑 넘어가서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사무실에 들어갔다. 

옷 도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동영상도 찍어서 USB에 담아준다는 말에 혹해서 결재를 하고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미쳤지..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옷을 입을 때도 긴장해서 두근두근두근~~

너무 떨고 있었나 보다. 안전장치를 해주던 사람이 걱정하지 말라면서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그렇지만 진정이 안돼~!!!


스카이다이빙사무실 및 안전장치중


경기 비행기에는 조정사 1명, 뛰어내릴 사람 2명, 스카이다이버 2명, 사진 찍어주는 스카이다이버 1명 해서 총 6명이 오르는데 나는 맨 마지막에 뛰어내린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앞선 사람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하고 스카이다이버들이 뛰어내리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과정은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내려오는 사람들의 낙하산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손뼉 치고 환호하고 있다지만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내려오는 낙하산을 보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


드디어 내 차례,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비행기에 올랐다. 

난 마지막 순서에 혼자 신청되어서 조정사, 스카이다이버, 사진 찍어주는 스카이다이버랑 총 4명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소리에 스카이다이버가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사진 찍어주는 스카이다이버는 내 표정이 굳어있는 걸 본 건지 걱정하지 말라면서 엄지를 세워 '엄지 척'을 해줬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 출입문에 앉아있을 때 스카이다이버는 연신 힘 빼라, 눈감아라, 고개를 뒤로 젖히라는 주문을 하고 있었다. 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굳어서 그게 아니었나 보다. 

드디어 뛰어내렸다. 엄밀히 말하면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문밖으로 살며시 미끄러진 것이다. 


헉!!  숨이 안 쉬어진다. 


와우~ 바람이 숨이 막힐 정도로 세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도 뜰 수가 없었다. 볼살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내려오는 것은 불과 2~3분인듯한데 한두 시간을 족히 내려온 듯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적응되었을 때 눈을 떠서 보이는 건  오직 붉은 사막과 대서양의 푸른 바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크게 소리를 질러보고 싶었다. 소리를 내기 위해 입을 벌렸는데 들어오는 바람이 나오는 소리를 막아버렸다. 난 있는 힘껏 소리를 쳤지만 나오는 것 작디작은 외마디뿐이었다. 


나미비아 사막과 대서양의 푸른 바다



스카이다이버는 낙하산을 펴고 일부러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왔다. 

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한국말로 크게 외쳤다. 


그만!!! 그만해!  스톱!



나는 무사히 착륙은 했는데 몸이 놀랐나 보다. 머리가 지끈 지 끈 아픈 두통이 시작되었고, 다음날까지 계속되었다.


내 살아생전 더 이상의 스카이다이빙은 없다!!





머리가 계속 지끈거려서 4륜 구동을 탈까 말까 망설였지만, 내가 언제 또 사막에서 4륜 구동을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타기로 결정했다. 4륜 구동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는 금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른 사무실로 안내했고 그곳에서 픽업을 와줘서 탈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4륜 구동이다! 부릉~부릉~~


사막은 위험해서 마음대로 다닐 수는 없고 가이드를 따라 한 줄로 정해진 길로만 다닌다.

4륜 구동의 조정은 어렵지 않았고 몇 번의 조작을 해보면서 손에 익숙해져 갔다. 생각만큼 위험해 보이진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 하니 가이드를 따라 조신히 따라다녔다. 하지만, 모래언덕을 올라갔다가 급 하강할 때나 비스듬히 내려갈 때의 기분은 짜릿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바다가 보이는 모래언덕에 잠시 정차하고 지는 노을을 바라봤다. 나미비아에 있는 동안 계속 보는 노을이지만 볼 때마다 느낌은 멋지고 새롭다. 노을이 지고 사무실로 복귀하는데 사막의 모래언덕을 계속해서 달리고 싶어 졌다. 


나미비아 사막에서 액티비티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4륜 구동도 타면서 활동적인 하루를 보냈으니 저녁은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바다까지 다리를 놓고 그 위에 지은 레스토랑!  예약을 안 했으니 자리가 있기만을 기대하면서 갔던 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야외 테라스에서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였다. 


저 다리 끝에 있는 레스토랑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스카이다이빙 사무실에 들려 스카이 다이빙할 때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이 들어있는 USB를 찾기로 하였다. 내일 이 지역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이 아니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사람들은 모두 퇴근하고 남아있던 한 명이 문을 열어주어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USB를 찾으러 왔다 하고 이름을 알려주니 그 사람이 내 USB를 찾아주었다.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했던 사람의 USB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분은 동영상은 찍지 않았고 스냅사진만 찍는 것으로 계약했는데 그분의 USB가 없는 것이다. 

남아있던 분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USB를 제작하는 사람에게로 연락했고 상대방은 내일 아침까지 숙소로 USB를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USB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우리는 숙소를 출발하고도 훨씬 지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쪽에서는 안된다고 누누이 말하고 그쪽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 실랑이가 오가면서 USB가 없는 그분은 급기야 USB를 포기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받기로 하였다. 

USB를 받지 못한 그분의 아쉬움은 알겠는데 그게 내 것이 아니라는 이 안도감은 도대체 뭘까?


어쨌든, 나에게는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했을 때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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