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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Mar 31. 2019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을 걷다.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한 달이 되어간다. 

스와콥문트 왈비스베이 공항에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는 30인승 정도의 아주 작은 비행기였다. 비행기의 보딩브릿지도 없었고 비행기까지 타고 가는 셔틀버스도 없이 활주로를 걸어가서 계단에 탑승하면 되었다. 작은 비행기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스튜어디스도 있고 간단한 샌드위치 등 기내 서비스도 제공하였다. 사실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케이프타운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이제 드디어 이 여행의 끝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프타운(Cape Town)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의회의 소재지로 유럽풍의 대도시 경관을 이룬다.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5곳" 중의 한 곳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진 케이프타운이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케이프타운공항의 첫모습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자마자 한식당부터 찾았다. '서울'

홀 안은 만석이었고 다른 테이블의 음식이 전부 나올 때까지 우리 테이블에는 물밖에 없었다. 

우리네 식당에서는 밑반찬을 먼저 주는데 이곳은 음식이 나올 때 밑반찬 하고 함께 세팅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고만 있노라니 배는 더 고파지고 익숙한 냄새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거의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 삼겹살과 된장찌개, 밑반찬들이 세팅되었고 우리는 한 달여간을 먹지 못했던 소주를 시켰다. 한계에 도달해서 먹는 삼겹살은 훌륭했고, 그와 함께 곁들이는 소주의 맛은 환상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처럼 갖은 채소 안에 이것저것 넣어서 쌈 싸 먹지는 못해도 그리웠던 맛이기에 목에서 꿀떡꿀떡 넘어갔다. 


이~ 맛이지!! 그리웠던 삼겹살이여~


숙소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간단히 맥주 한잔하면서 아프리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마마 아프리카'를 갔다. 식사도 할 수 있지만 예약이 필수였고 나는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다. 입장료만 내면 입장 후 빈자리에 앉아서 뮤지션들이 하는 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마마 아프리카는 음악 하는 뮤지션들이 매일 바뀌면서 연주하고 노래를 한다. 

특히, 몸집이 울림통으로 사용하면서 하는 노래들은 흑인의 소울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마림바와 젬베 등의 울림은 가슴을 뛰게 하였다. 두 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뮤지션들은  우리가 나갈 때까지도 쉬지도 않고 연속해서 연주하고 노래를 했다.  


마마아프리카에서 연주하는 노래하는 뮤지션들





다음날 케이프타운을 서서히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다이 커스 섬 투어를 위해 차를 타고 가다가 캠프스베이가 보이는 곳에 정차했다. 캠프스 베이는 12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든다.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집 앞마당에서 보면 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안 비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남쪽으로 내려오니 기온이 낮아졌는데 바닷바람까지 불어대는 통에 얇은 파카를 꺼내 입고 다녔다. 


다이커스 섬 투어를 하려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물개의 서식지인 다이커스 섬으로 이동하여 배 위에서 물개들을 구경하고 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섬에 입도하는 것이 아니라 배안에서 섬에 있는 물개를 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물개는 항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물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는 물개 등 귀여워 사진이라고 찍을라치면 주위에 있던 사람이 다가와서 어김없이 돈을 요구한다. 무서워서 함부로 사진기를 들이대지 못했다. 

다이커스 섬 투어는 시작되었고 많은 사라들이 함께 배에 올라탔다. 바다에 떠있는 바위들에 물개들은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배는 최대한 근접해서 물개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물개들~ 평화로워 보이네.
그래도 나름의 시기, 질투는 있지?


12개의 봉우리에 둘러쌓인 캠프스베이 / 다이커스 섬에 낮잠자는 물개들          



채프먼스 피크를 산비탈을 깎아 만든 해변도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채프먼스 피크를 드라이브했다. 9.5km로 커브길이 114번이나 된다고 하는데  안내장에는 '도로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산비탈의 아찔함과 눈앞에 펼쳐지는 대서양과 해변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라고 되어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난 정말 무딘가 보다.  

단지, '저 도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채프먼스 피크를 돌아 캠프스 베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해변 중 한 곳인 하우트베이도 가봤다. 좋은 것도 한꺼번에 보면 감흥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상태가 그런 것 같다. 


음~ 좋네...


채프먼스 피크 /  하우트 베이


그렇게 돌고 돌아서 드디어 도착한 곳은 희망봉 자연보호구역이었다. 

희망봉 자연보호구역 안에는 희망봉과 케이프포인트가 있다. 케이프포인트로 가려면 룩 아웃 포인트라는 등대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희망봉까지는 트레킹을 하면서 다녀올 수 있다. 차는 희망봉 아래 주차장에 있는다고 하면서 입구에 내려줬다. 


이왕 이리된 거 등대도 가고 희망봉도 접수하리라!


헉헉... 입구에서 30여분 걸린다는 록 아웃 포인트는 왜 이리 멀리 있는지... 그리고 왜 이리 높은 곳에 있는지... 그냥 '편히 숙소로 갈걸~'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 동안 등대에 도착했다. 


록 아웃 포인트로 가는 길


룩 아웃 포인트에 올라 케이프 포인트를 보고 있자니  하늘과 바다와 희망봉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저기 튀어나온 부분이 '희망봉'이다. 이제 희망봉으로 가는 것만 남았다. 

안내책자에 보면 1시간 30여분 걸린다고도 하였고, 등대에서 보기에도 희망봉이 보였기 때문에 슬슬 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십여분을 걸었을 때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망봉까지 가는 길은 바닷바람을 막아줄 나무나 벽들이 없어 온몸으로 대서양과 인도양의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야 했으며 센바람에 걷다가 휘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눈앞에 희망봉은 보이는데 거리는 계속 줄어드는 느낌이 없었다. 1시간 30분을 훌쩍 넘어서 희망봉에 도착했을 때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양쪽 볼이 빨개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밟고 있는 이 지점이 '희망봉'이라는 생각에 들뜬 기분도 들었다.


대서양과 인도양이 갈라지는 지점!!
나는 지금 그곳에 서있다.


룩 아웃 포인트에서 보이는 희망봉
희망봉에 도착한 나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케이프타운에서 테이블마운틴을 마지막으로 보면 될 것이다. 

숙소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테이블마운틴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것이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테이블마운틴에서는 국제학생증이 할인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국제학생증을 제시하였더니 특정한 요일에만 할인이 가능하고 오늘은 그에 해당하는 요일이 아니라 할인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50% 할인이었는데,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마운틴을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나에게는 쓸데없는 소리다. 


케이블카가 있는데 왜 걸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타라고 있는 케이블카인데...

테이블마운틴의 케이블카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오르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 서 있어도 케이프타운의 모든 전경을 볼 수 있다. 티켓을 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주위가 유난히 시끄러워 인상을 찌푸려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나타났다. 함께 케이블 카타기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매점을 들렸다가 느긋이 입장했는데 함께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 울고 싶었다.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 어디에서든 비교적 눈에 잘 띄는 테이블 마운틴은 해저 지층의 융기로 형성된 '산'이다. 정상 부근의 바람이 조금만 강해도 운행을 중지하기 때문에 출발 전에 기상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정상은 3km에 이르는 평지로 되어있어 산책이 가능하다.


360도 회전하는 테이블마운틴의 케이블카


테이블마운틴 정상에 올랐다.  절벽 밑으로 보이는 풍경이 까마득하다. 정상은 산책할 수 있도록 길을 좋게 만들어놨다.  하지만, 햇볕은 강렬하고 그늘은 없어 산책은 힘들었다.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보이는 절벽과 정상위의 산책길


케이프타운 시내를 배경으로 한 컷 정도는 당연히 기념으로 남겨둬야겠지에 위치를 잡아 포즈를 취해보는데 역광이라 실루엣만 남겼다. 


어라?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더 낫군!!




배가 고파 테이블마운틴 산책을 마무리하고 지난번 갔던 한식당을 갔었는데 '개인 사정'이라는 안내글과 함께 문이 닫혀 있었다. 한국 가서 먹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안위하며 간단히 패스트푸드를 먹고 숙소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이제는 긴장이 풀어진 듯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마마 아프리카를 다시 찾았다.

일찍 갔었기에 예약을 안 해도 될지 알았더니 예약으로 자리가 없어 바(bar)에서 먹게 되었다. 

주문한 음식은 야생동물 스테이크! 멧돼지, 사슴, 쿠드, 타조, 스프링벅, 악어를 한 조각씩 나온다. 

악어 고기는 껍질이 두꺼워서 살도 질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연하고 부드러웠으며, 다른 고기들도 맛은 괜찮았지만, 난 역시 삼겹살이 제일 좋다. 

음료는 훌륭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저녁 8시가 되니 뮤지션들이 나와서 오늘도 공연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 와서 봤던 뮤지션보다 더 소울도 있고, 파워력도 있다.  난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야생동물 스테이크와 음료(모조)



아프리카 일정을 마무리하고  요하네스버그를 통해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프리카는 나의 모든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정말 멋있는 여행이 되었다.


정말 멋진 아프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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