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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잉카 레일을 타고 거대한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마주하다.

by 나기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를 종착지로 하는 잉카 레일을 타는 곳에 도착했다. 마추픽추까지 가려면 페루 레일과 잉카 레일이 있는데 나는 조금이라도 저렴하다는 잉카 레일로 이동하기 위해 예약된 기차표 주섬주섬 챙기면서 기차를 기다렸다.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왕복요금이 미화 100달러가 넘는 아주 사악한 가격이다.


얼마나 서비스가 좋은지 두 눈 부릅뜨고 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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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레일 표와 플레트홈


잉카 레일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객차를 연결하지 가지 못하고 4~5개의 객차만 연결해서 움직인다. 객차 안은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을 최대한 넓게 했고, 지붕에도 창을 만들어 산봉우리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의자의 쿠션은 만족할 만큼 푹신했는데 4명이 하나의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어서 종착지까지 가는 동안 편안하지 않았다. 편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정말 재미있겠지만 서먹하거나 모르는 사이라면 종착지까지 가는 시간 내내 불편할 것 같았다. 역시 나도 편한 자리는 되지는 못했다. 기차는 출발했고 열차승무원은 스튜어디스가 기내서비스하는 것처럼 수레를 끌고 와서 과자와 음료를 서빙하기 시작했다. 공짜라고 좋아라 하면 오산이다. 티켓값에 포함된 사항이다.

서비스받은 간식도 다 먹고 차창밖으로 이어지는 풍경에도 시들해질 무렵 커브가 심한 산길을 달려가고 있음에도 슬슬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차는 마추픽추의 관문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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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넓고 지붕에 창이 있는 잉카레일의 객차모습 / 산커브길을 달려가는 잉카레일



아구아(agua)는 물, 깔리엔테스(calientes)는 따뜻하다는 뜻으로 따뜻한 물이 흐르는 곳, 즉 온천마을에 도착했다. 저녁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마추픽추는 내일 움직여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내일 마추픽추로 가는 순환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봤을 때는 도착한 날이 크리스마스날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크리스마스 같지 않게 조용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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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을 생각할 때 나는 마추픽추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대의 문명이라는 마추픽추를 꼭 보고 싶어 했다. 기온이 변화무쌍하여 안개 때문에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제발 운이 좋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침 일찍 순환버스가 대기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도보로 올라가도 된다고는 하지만, 산행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버스가 탁월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후회로 작용하지 않았다. 서틀은 운행 중 다리를 건너야 하는 곳에 오면 버스가 다리를 건널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셔틀로 한번 갈아타고 이동한다. 셔틀버스가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내려서 5분 정도만 올라가면 마추픽추에 온 것을 확인시켜주는 주듯이 각종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마추픽추로 오면서 와이나 픽추는 예약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선착순으로 예약하는 와이나 픽추에 예약될 확률도 낮을 뿐만 아니라 꼭 몸으로 느껴야 알 수 있나? 눈으로만 봐도 충분히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나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서였다.


마추픽추(Machu Picchu)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손꼽히며, 그 존재만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잉카 유적.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를 뜻한다. 마추픽추는 정교한 석재 기술을 사용해 145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잉카의 계획도시이며, 스페인 식민시대 전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람 빙엄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산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일명 '공중도시'라 불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00배 즐기기 핵심 중남미 인용)


오오오~~~ 마추픽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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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그렇게 보고 싶던 마추픽추였다.

사실 마추픽추 오는 길은 그리 녹녹지 않다. 쿠스코에서 4천 미터급의 성스러운 계곡을 넘느라 고산증에 시달렸고 열차를 타고 다시 셔틀을 타고 왔던 길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니 감격 그 자체였다. 더욱이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착했을 때는 산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었지만 마추픽추가 선명하게 보이는 날씨였음을 감사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나는 산 꼭대기에 공중도시는 작은 성벽 정도를 생각했지 눈에 보이는 것처럼 범위가 넓을 줄 몰랐다.

들어가는 입구 쪽은 공중도시에서도 상위 부분에 해당되는 곳이었고, 중심부로 들어가려면 맨 밑부분까지 걸어 내려가야 한다. 하단 부분으로 걸어가는 것을 우선 보류하고 입구 쪽에서 보였던 안내표지판을 따라 '달의 신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걸어가면 마추픽추와 멀어지기만 할 뿐 달의 신전의 기미도 보이지 않아 바로 포기하고 마추픽추 쪽으로 내려왔다. 그냥 마추픽추만 상단 부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난 착한 관광객이다. 안내소에서 기본적인 안내도를 가져와 마추픽추 하단 부분이 잘 보이는 곳에 걸쳐 앉아 신전이 어딘지, 관측소는 어딘지, 망치기의 집이 어딘지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터로만 남아있는 곳을 먼 거리에서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망지기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안내도를 보면서 찾고 있는데 마추픽추를 관리하는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추픽추 곳곳에 관리인을 볼 수 있는데 우리네 국립공원관리인처럼 유니폼을 입고 있다.

관리인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물어봤다. 안내도에 있는 '망지기의 집'을 가리키면서 그 사람 얼굴을 보고 엄청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으니 그 사람은 씽긋 웃으면서 정말 망지기의 집을 가리키며 '저기'라고 알려주었다. 그는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봤고 나는 정확하고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대답했다.


나? 싸우스 꼬리아!!!


어설픈 영어로 잠깐 인사를 나누고 씽긋 웃으면서 헤어졌다. 나는 망지기의 집을 구경하러 관리인이 가리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망지기의 집은 유적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는 좁은 산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우아이나 픽추를 배경으로 유적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으로 우리가 흔희 보는 마추픽추 대표 사진을 찍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까 그 관리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다른 한국인과 얘기하는 중이었고 그 한국인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나도 한국인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 한국인과 나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것이다.

알고 있다고!!! 안 알려줘도 한국인은 알아본다고~!!!


20161226_091240.jpg 와이나 픽추와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하는 망치기의 집



이제 유적 안으로 슬슬 내려가 볼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으로 옮기는데 한단 한단 내려올수록 그 장엄함이 더 크게 느껴져 왔다. 대체, 그 옛날 이 험한 산꼭대기에 이러한 돌들로 어떻게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 이 돌들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산꼭대기를 도대체 어떻게 깎아낸 것일까? 내 머리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궁금함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공중도시의 신비함과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20161226_092633.jpg 망기지의 집에서 보는 와이나 픽추와 마추픽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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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_093810.jpg 하단 부분으로 내려올수록 장엄함이 느껴지는 마추픽추


마추픽추를 도착했을 때는 화창하던 날씨가 한 시간 정도 지나 하단 부분으로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날씨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있던 구름은 마추픽추까지 내려와 앉았고 간간히 보이던 유적지들도 맨 하단 부분으로 내려왔을 때는 앞이 보이지 힘들 정도로 구름에 갇혀버렸다. 그 짧은 시간에 마추픽추는 구름에 갇혀 아무거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높은 곳에 도시를 지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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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5F1475B18A770154A92 구름에 갇히고 있는 마추픽추



태양이나 하늘과 관련된 의식들을 거행하던 곳으로 추정되는 '3개 창문의 신전'은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창문 너머로 건너편의 건물까지만 보이는 정도의 시야 확보가 가능했으며, 그림자를 이용해 계절의 변화를 감지했다는 '천문관측서 인띠와따나'는 내가 도착했을 때는 구름에 갇혀 주변의 경치는 둘째치고 해식계의 그림자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마추픽추에 입장했을 때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쉬고 놀고 했던 이십여분이 상당히 아쉬운 시간으로 작용하였다. 그 시간만큼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이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구름에 갇혀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


20161226_095603.jpg 3개 창문의 신전
20161226_100031.jpg 천문관측서 인띠와따나
20161226_095842.jpg 한 시간 만에 구름에 완전히 갇힌 마추픽추


출구 쪽으로 가려면 마추픽추 외곽으로 산 경사에 축대를 쌓아 농경지를 만들었던 서쪽 농경지역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나마 이곳은 아직 구름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곳들도 있었다. 마추픽추는 지역이 광범위하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느 범위는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출구까지 나가는 길은 통일시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였다.


20161226_105425.jpg 출구 쪽으로 나가는 곳의 서쪽 농경지역
20161226_105622.jpg 출구 쪽에서 보는 구름에 갇혀있는 마추픽추


마지막 구름으로 인해 나머지 부분을 보지 못 했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이나마 마추픽추의 전경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마추픽추를 보겠다고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고산증을 견뎌가면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온 먼길에 마추픽추의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못 봤다면 그 속상함은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울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을 감사히 웃으면서 셔틀을 타고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추픽추를 보고 다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내려와 다시 쿠스코로 돌아가기 위해 잉카 레일 옆의 작은 식당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면서 유리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냥 여기가 잉카인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99C18B495B18A4D901BF69 물병에 씌워진 전통복장이 가져가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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