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원주민이 사는 갈대섬
쿠스코 근처를 돌아보고 푸노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를 가기 위해 야간 버스에 탑승했다.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편히 잘 수 있도록 '까마'를 예약해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만큼 까마는 기대에 부응했고 편한 잠자리가 되었다.
구름과 가장 가까운 곳, 티티카카 호수는 남미에서 가장 넓은 호수이자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다. 해발 3,812m에 위치해 있으며 호수를 페루와 볼리비아가 중앙 부근에서 국경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티티카카 호수를 본 후 볼리비아로 넘어갈 계획이다.
티티카카 호수에는 갈대로 만든 인공섬인 우로스 섬이 유명하다. 잉카제국의 침입을 피해 호수로 들어간 우로스 부족이 갈대로 인공섬을 만들어 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원주민들이 갈대섬에 살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물건을 팔아 생활을 하고 있다.
우로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배를 타고 어느 정도 가면 저 멀리 호수 위에 떠있는 섬들이 여러 곳 보인다. 떠있는 섬에서 알록달록한 형광색들이 움직이는 것도 함께 보였는데 그중에 한 섬으로 가까이 갈수록 그 형광색이 더 또렷이 보였고 무엇인지도 곧 알게 되었다.
형광색의 물체는 원주민 여성들이 입고 있는 치마의 색깔이었으며 여성들은 노랑, 주황, 핑크 등 각양각색의 형광색 치마를 입고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파란 호수와 맞물려있는 파란 하늘, 그 안을 떠도는 구름 속에서 형형색색의 형광색은 당연히 압도적으로 눈에 확 띄었다.
우로스 섬에 들어서면 우선 입도한 관광객들을 빙 둘러 앉히고는 부족의 대표 격인 여성이 나와 갈대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갈대섬의 생활은 어떤지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로스 섬은 갈대로 만든 인공섬이기 때문에 갈대의 뿌리 부분을 커다란 플록을 잘라 물 위에 띄우고 그위에 갈대 줄기를 교차로 덮어 만들었으며, 물과 닿는 갈대는 계속 썩어가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보수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들은 섬 하나당 하나의 부족이며 한 명의 족장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나와있는 원주민들이 전부 여성들 뿐이다. 남성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왜 여자뿐이냐 물었더니 전부 고기 잡으러 갔거나 섬을 보수하고 있다고 했다. 나름의 분업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족장은 자신들의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도중에 부족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거라면서 민예품들이 돌리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순간 마음이 동요되었지만, 이것을 짊어지고 앞으로 25일이나 되는 기간 동안 다닐 자신도 없을뿐더러 한국에서도 쓸모없는 물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구매하지 않았다.
족장의 얘기를 마치고는 자유롭게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섬 뒤편으로는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있었고 갈대를 손질하는 남자들이 보였다. 우로스 섬은 갈대섬이기 때문에 망루의 장식 등을 포함한 섬안에 모든 장식은 갈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호수 밖으로 나갈 때가 되었는데 원주민 여성이 데려다준다 해서 갈대로 만든 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배의 모양은 섬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우로스 섬의 부족들은 형광색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배도 노란 형광색이었다. 여러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배는 흔들림 없이 안전했고 편안했다.
티티카카 호수 주변은 송어가 맛있다고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맛집이라고 했는데 가서 보니 푸노 시장의 한쪽 구석에서 송어를 바로 튀겨주는 집이었다.
사실은 식당도 아니고 시장의 한쪽 코너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다른 음료는 팔지 않았으며 송어튀김만 팔고 있었기 때문에 송어튀김을 시키고 밖으로 나가 시원한 음료수를 사 와서 함께 먹었다.
송어를 바로 그 자리에서 튀겨주니 그 맛이 싱싱할 수밖에 없고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딘지 설명을 해보고 다시 찾아가라면 시장 구경을 하다가 들어간 곳이라서 설명할 수도 찾아갈 수도 없다. 기억에만 묻어두기로 하였다.
저녁에 페루 민속공연을 함께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예약하기 위해 리마 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공연을 잘 볼 수 있도록 앞자리로 예약을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머리끈을 사서 페루인처럼 머리에 묶고 다녔다.
예약한 식당으로 가던 중, 삐노 광장에서 전통복장을 입고 춤 연습을 하던 젊은 친구들과 마주쳤다. 나는 화려한 전통복장을 보면서 환호했고 그들도 역시 웃으면서 함께 환화해 줬다. 사진을 찍겠다고 포즈를 부탁했더니 그 자리에서 모두가 즉석으로 포즈를 취해준다. 역시 정열의 남미!
이 지역도 해발 3천 미터가 넘어서 고산증이 없지 않을 텐데 저 젊은이들은 팔짝팔짝 뛰면서 춤을 춘다.
La Choza de Oscsr는 매일 저녁 춤과 음악이 함께 하는 페루 민속공연이 무료로 열린다. 음식은 맛과 비주얼 모두 잡았고 공연의 수준은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이 고산지역에서 계속 뛰고 움직이면서 춤을 추는 댄서들을 보니 그들도 참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페루의 전통악기인듯한 팬플릇을 연주하였는데 그 소리가 산속에서 나오는 소리같이 맑고 멋져서 연주하는 내내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