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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유혹하는
파타고니아, 바릴로체

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의 하루

by 나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있는 파타고니아를 경유하면서 '남쪽의 끝'인 우수아이아까지 갈 계획이다. 우선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로 가는 길은 두 나라의 국경을 통과해야 하지만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이 아름답기만 했다. 실제 소요시간은 대략 6~7시간이 걸리지만 양국의 국경을 통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칠레의 출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짐을 내리고 끝나면 차에 타서 아르헨티나의 출입국심사 건물로 이동해서 다시 짐을 내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절차는 솔직히 짜증을 유발하였다.


아침에 칠레의 뿌에르또 몬뜨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5시쯤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바릴로체는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며 초콜릿이 유명하다 하는데 난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짐으로 갖고 다니면 다 녹을 것 같아 탐탁하지 않아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며 지낼 수 있을까를 살짝 고민하였는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이었다.

이곳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들려서 식사한 레스토랑이 있다 하여 오픈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저녁 8시가 오픈 시간이라 하니 한두 시간의 여유가 남았기에 시내의 작은 가게에 앉아 파타고니아 맥주를 시켜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들어간 가게의 사장은 모빌이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듯 인테리어가 특이했다.

파타고니아 맥주는 다른 것보다 훨씬 비쌌는데 카페에서의 가격뿐 아니라 마트에서의 가격도 다른 맥주에 비해서 비쌌다. 이유는 있을 건데 맛을 봐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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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장식이 특이한 까페와 파타고니아 맥주



저녁 7시 반이 되어서 카페를 나와 엘볼리체 알베르토(El Boliche Alberto) 레스토랑으로 갔다.

사실 마을이 작고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지도만 보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바릴로체에서 가장 맛있는 전통 아사도를 먹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는 곳으로 전직 대통령을 모셨다는 할아버지 주방장이 직접 고기를 굽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기의 질과 맛으로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고기를 썰어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게 된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에서 20분을 남겨놓고 있었는데 벌써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오픈 10분 전부터는 종업원인듯한 사람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리안으로 가게 안쪽에 몇 개의 테이블이 있는지 볼 수 있었으며 나는 창가 자리에 꼭 앉아보고 싶어서 내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지 않기를 바랐었다. 드디어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식당 문은 열렸고 나는 내가 원했던 유리창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고기와 샐러드,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시켰다.

가게 안에는 고기를 굽고 있는 세프들이 있었고 고기를 굽는 모습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으며 세프들은 사진을 위해 포즈도 잡아주고 있었다. 드디어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고기 두께와 크기를 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기 한 덩이가 1인분이었는데 200그램은 훨씬 넘는 듯했다. 하지만 고기는 부드럽게 썰렸고 그 안에 있는 육즙이 흘러내리면서 식욕을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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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체에서 1박을 보내고 오전에 현지 여행사의 작은 순환코스를 이용하여 바릴로체 근교를 돌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으며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댔다.


깜빠나리오 언덕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낮고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높은 곳으로 전망대까지 리프트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비 오는 날이라서 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는 비옷이 없어 지붕이 없는 리프트를 타고 있을 때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비 오는 날이라 전망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안개에 가려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은 계속 거세져서 추위를 느껴 패팅을 꺼내 입었으나 견디기 힘들어서 전망대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켜놓고 몸도 녹이면서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다.

해가 짱짱했으면 좋았겠지만, 이 전망 대안에 카페에서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그 자체도 나름 즐길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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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빠나리오 언덕의 까페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비는 계속 오락가락하였다. 근교의 작은 교회에 갔을 때에도 날씨는 여전히 변화무쌍하였고 이름 모를 호수에 갔을 때에는 다시 비바람이 거세져서 차에서 나가지 않고 차 안에서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고 이런 날은 투어보다는 숙소에서 그냥 쉬고 싶었다.

오전의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오면서 와인을 샀다. 어제 사온 연어를 스테이크로 굽고 와인을 곁들여서 먹으니 이곳이 레스토랑이나 다름없다. 그사이 비바람은 멈췄고 거짓말처럼 해가 나왔다. 지금 나오는 해도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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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스테이크와 와인



오후가 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화창하다. 아침의 투어는 아쉬웠지만 이대로 그냥 있다가는 더 아쉬울 것 같아 시내를 나가보기로 했다. 아침에는 비바람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제 눈에 안 들어오던 센뜨로 시비꼬도 눈에 들어왔다. 시내는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번잡스러웠지만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고 그 주위로 지나가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바릴로체는 초콜릿으로 유명하니 초콜릿 전문점으로 향했다. 바릴로체는 반짝반짝 예쁘게 진열한 초콜릿 가게 덕분에 1년 365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명성답게 알록달록 모양의 각종 이쁜 초콜릿을 보자니 다시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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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체 시내에 있는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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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릿 전문점과 진열된 초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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