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남쪽의 항구도시, 비글해엽의 세상끝 등대

by 나기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에 도착했을 때 먼저 눈에 뜨였던 것은 남극으로 떠나는 대형 크루즈였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항구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는 남극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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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이아 (Ushuaia) 아르헨티나 최남단의 지구촌 작은 마을이자 세상의 끝이다.
남극을 제외한 세계 최남단,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남쪽에 설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 마을, 그곳에 바로 세계의 끝 우수아이아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남극 여행의 전초 기지로도 유명하다. 남극으로부터 불과 1,00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사람들이 머무는 베이스캠프로도 유명하다. (Daum 백과 인용)


우수아이아에 유명한 킹크랩 집이 있다고 해서 들렸다. 저녁 9시 정도에 들어섰는데 홀은 만석이었다. 입구에서 기다릴까 말까 하면서 서성대고 있자니 테이블 하나가 비어서 홀랑 앉아버렸다.


자~~~ 맛있는 킹크랩을 시식해 볼까요?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지만, 한국보다는 저렴해서 킹크랩을 시키고 사이드 메뉴 한두 가지와 해산물과 어울린다는 화이트 와인도 한병 주문했다.

우리네와는 주문 방법이 달랐다. 우선 우리는 킹크랩을 직접 고르던지 아니면 종업원이 골라서 무게를 재고 무게에 따른 가격을 주문하는데 이곳은 손님이 직접 킹크랩을 고르고 마리당의 가격을 지불한다. 즉, 마리당 10만 원의 가격이라고 치면 한 마리를 골랐는데 그 무게가 3kg이 넘어도 10만 원이고, 2kg가 안돼도 10만 원인것인다. 우리가 갔을 때는 커다란 킹크랩은 전부 나가고 작은 것들만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 같은 넘으로 골랐다. 일찍 와서 커다란 킹크랩을 고르는 게 이익이었다.

킹크랩을 쪄서 나온 모습도 달랐다. 우리는 먹기 좋게 손질을 해서 가져오기 때문에 발라먹기 쉽게 나오고 간장소스에 고추냉이를 풀어서 먹는데 이곳은 그냥 통째로 주고 우리가 가위로 잘라서 먹어야 했으며 찍어먹는 소스도 없었었다. 살은 생각보다 많이 짰다. 하지만 워낙 좋아하니까 껍질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살점도 다 발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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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El Viejo Marino)과 킹크랩


식당은 우리가 다 먹고 난 뒤에도 테이블에 사람은 많았고 늦게까지 영업을 하였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거리는 캄캄해졌고 100년이 되었다는 전통 있는 빵집에 들렸다. 건물이 100년 넘었다는 사람도 있고 빵집이 100년이 넘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얘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안에는 상당히 빈티지스럽고 메뉴는 고급졌다.

우리는 빵집에서 알코올 종류는 안 파는데 이곳은 별도의 바를 운영하고 있어서 맥주만 간단히 시켜서 한잔씩 했다. 맥주병이 펭귄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귀여워서 자꾸 따르게 되는데 밤에 가니 빵집인지 바인지 잘 구분이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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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된 빵집(Ramos Generales) 과 펭귄모양의 맥주주전자




우수아이아의 마지막 날은 세상 끝에 서 있는 빨간 등대를 보기 위해서 비글 해협 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제도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배는 출발 해지만 비 오는 탓에 나가지도 않고 배안에서만 있었는데,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 펭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밖으로 나가 귀여운 펭귄을 보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기 싫어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들어왔다.

배안에는 간단한 스낵과 커피를 파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은 비가 내려 쌀쌀해서 그런지 커피는 쉴사이 없이 내려고 커피 향은 배안을 진동했다. 나도 나갔다 들어오니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서 한잔 시켜 창밖을 바라보면서 마셨다.

이 등대가 있는 곳이 진정한 세상의 끝이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사람들은 저 빨간 등대를 '세상 끝 등대'라고 부르고 있다. 펭귄도 펭귄이지만 나는 이 등대를 보러 왔다. 직접 밟아보지는 못하였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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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해엽에 있는 펭귄섬 / 세상 끝 등대


몇 시간의 투어를 마치고 배는 항구에 도착했다.

시내를 돌아보면서 느낀 건데 우수아이아는 예전에 죄수들에 의해서 지어진 마을인듯하다. 시내 곳곳에 있는 캐릭터들이 전부 죄수복을 입고 있다. 도망가는 죄수, 일하는 죄수, 잡힌 죄수 등...

펭귄을 벽화에 그린다던지, 입간판의 형식으로 가게 앞에 놓아둔다던지 하면서 죄수만큼이나 펭귄도 많이 보였다.

어느 기념품 가게를 들어가서 뒷문으로 나와보니 작은 공원이 형성되어있었다. 이곳은 죄수들과 펭귄들의 모형들이 어떠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에 맞춰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나도 스토리에 한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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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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