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도한 장과 교통카드 한 장 들고 누비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by 나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일요일 오후 3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일요일에는 벼룩시장인 산뗄모시장이 열린다. 아직 장이 파 할 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서둘렀는데 운도 지지리 없지... 비가 오기 시작한다.

벼룩시장이면 노점일 텐데 비가 와도 하고 있을지 모르겠고 파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생각해도 정말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향해 걸어갔고 도착한 산뗄모 시장은 비가 와서 그런지 철수한 노점상도 있었고 물건에 비닐을 덮어놓고 비가 그치질 기다리는 노점상도 있었다. 덕북에 사람들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인파였다.

골목 끝으로 성당도 보였다. 그 앞에 있던 그림 그리는 화가들은 그림이 비에 젖을까 봐 비닐로 모든 것을 가리고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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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내린 산뗄모 시장의 모습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더불어 상인들도 비닐을 쳤다 걷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액세서리를 파는 코너, 그림을 파는 코너, 가방, 자석, 옷가지 등 그 종류는 정말 많았는데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냉장고 자석을 파는 좌판도 보였다. 난 다녀온 여행지에서 파는 냉장고 자석을 모으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그림의 양식은 필레떼아도라고 한다. 슬럼가를 예술품으로 탈바꿈시킨 이런 문양들은 기념품에서 벽화, 버스 장식에 이르기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뻐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주인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난 주인에게 직접 그린 거냐 물었고 주인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도 구입을 해야겠지?...

또 지나가다 철사와 종이로 만든 인형을 모빌처럼 걸어놓고 파는 곳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인형들인데 철사와 종이의 조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이한 형상이지만 새롭고 예쁜 모습에 한참을 바라만 보았다. 사서 가져오다가 철사가 구부러져 알 수 없는 모양이 될 것 같아 사지는 못했다.

요정들이 모여있는 곳도 있었다. 전부 나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고 지나가는 관광객도 신기한 듯 인형과 악수를 했다.

와우~ 발상의 전환! 못쓰는 레코트 판을 가지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가져올 수 있는 자유만 있었다면 한 가지씩 사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눈으로만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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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다양한 산뗄모시장의 물건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도한 장과 SUBE카드 한 장을 들고 돌아다녔다. SUBE는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교통카드여서 카드를 사고 사용할 금액을 충전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제일 처음 벽에 부딪힌 것은 시내에 SUBE라고 쓰여있는 곳을 들어갔더니 자기네는 카드 충전만 해주는 곳이라고 한다. 어디서 파냐고 물었더니 설명을 해주는데 도저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묻고, 또 묻고를 반복해서 지하철 안의 부스에서 파는 걸 알아냈고, 카드를 사서 충전까지 해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혼자 다녔기 때문에 전부 배경 사진뿐이었다.

5월 광장 북쪽은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었고 동쪽은 대통령 궁이 있었다.

대성당은 박물관으로 보인다. 지나가면서 멋진 건물이라 찍었는데 대성당이었는데 알았으면 들어라도 가볼걸 그랬다. 동쪽 편에 있는 대통령 궁은 붉은색을 표방하는 자유당과 하연 색을 대표로 하는 연합당의 단합을 상징하기 위해 분홍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참, 현명한 선택이다. 휴일에만 일부 시설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내가 간 날은 월요일이라 과감히 패스하였다. 앞마당의 정원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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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 대통령 궁


스페인 식민 통지 시절 총독부로 쓰였던 까빌도가 보였다. 2층은 '5월 혁명 박물관'으로 공개하였으나 박물관은 월요일이 휴무다. 이것도 패스... 운도 지지리 없다.

지도를 보면서 7월 9일 대로를 찾아서 가고 있는데 멀리서 높이 솟아있는 오벨리스꼬가 보인다.

오벨리스꼬를 목적지로 가다 보면 좌우로 시야가 넓게 트이는 대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도로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로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대로인 7월 9 일대로 이다. 내용 그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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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빌도 와 오벨리스꼬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자랑하는 세계 3대 극장 중 하나인 꼴론 극장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엘 아테네오를 찾아갔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서 모퉁이를 돌았더니 그곳에 오페라극장을 서점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하는 엘 아테네오가 나왔다. 사실 이곳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SUBE카드도 만들었고 지도도 구해서 다녔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 웅장함과 화려함이 탄성을 자아낸다. 3층까지의 객석을 책장으로 만들어 책장마다 가득히 책이 꽂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책을 꺼내 보았는데 책은 무슨 책인지도 모르겠고,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해서 만화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만화는 찾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아오느라 너무 힘들어서 지쳐있었다. 무대가 있던 자리가 카페로 변신하였고 맥주도 판매하고 있었다. 서점에서 맥주라... 상당히 오묘한 조합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찾아오느라 덥고 지쳤는데 시원한 맥주 한 병으로 원기 회복한 다음에 서점 안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70116_141519.jpg 엘 알테오네의 내부


서점을 나와서 레콜레타 묘지를 찾아 나섰다.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하여 독립영웅들과 작가, 과학자 등 아르헨티나 주요 인사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곳인데 이곳에 에비타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이곳의 작은 묘지터를 얻으려면 한국돈으로 5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조각상 하나하나가 전부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나도 여위다의 묘를 찾으려 했으나 레콜레타의 미로 속에서 결국 찾지를 못했다. 조각상들이 화려하다고는 하나 무덤은 무덤이었다. 무덤들을 배회하자니 그냥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서 바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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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꼴레따 묘지 / 꼴론 극장


낮시간은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숙소에서 잠시 쉬고 해가 어둑해질 때 라보까를 가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라보까를 가려면 숙소 근처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번호판과 탑승지가 익숙하지 못해 근처를 몇 바퀴를 돌았다. 결국 라보까가 종점인 버스의 정류장을 찾아냈고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하지만, 이 버스는 라보까중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의 버스 차고지로 들어가는 바람에 나는 결국 내려서 투덜대면서 중심가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라보 까는 U자형의 작은 만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최초의 항구였다고 한다. 20세 초까지 유럽 이민자들이 이곳으로 건너와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삶의 애환을 선술집이나 거리에서 즐기는 술과 탱고로 달랬고 남자들은 밤이면 가정 멋진 옷을 입고 나와 남녀가 즐길 수 있는 유곽을 가득 채웠다고 해서 그 분위기가 궁금하여 찾아왔다.

먼저 보인 잔잔한 바다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건물의 반영시키고 있었다.

버스를 찾느라 시간을 너무 소비했는지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라 웬만한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식당들만 손님을 맞고 있었다. 그렇다고 별도의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의 모습이 동심으로 나를 유도했다.


99242D4B5B1FF32417C0D5 라보 까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저녁 8시에 탱고 공연을 예약했기 때문에 라보까를 빠져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5월 광장에 내려서 터벅터벅 걸어오다 보니 거리에서 공연하는 탱고를 보게 되었는데 거리의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잘 췄다. 거리 곳곳에 탱고 공연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고 팁박스가 곳곳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 공연문화에 대해서는 부럽기만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했던 탱고 공연을 하는 곳에서 보낸 차를 타고 공연장을 갔다.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탱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오페라극장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가격은 비쌌지만 비싼 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였다. 음식도 훌륭했고 와인도 계속적으로 무한 제공되었다. 무엇보다 탱고의 공연이 너무 멋져서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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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모습과 오늘의 저녁식사


특히, 노년의 남녀가 추는 탱고는 화려한 기교가 없는 절도 있는 탱고였지만,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자꾸 떠올리게 하지만 눈앞에서 보이는 탱고는 영화와는 다른 맛을 자아낸다.


노년의 탱고! 다시 보고 싶다.


Esquina Carlos Gardel 최고의 탱고 가수였던 카를로스 가르델의 이름을 붙인 공연이다.
2층 무대에서는 반도네온 악단이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일곱 커플 이상의 탱고 댄서들이 각자 다른 색깔의 탱고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탱고 하면 춤만 떠올리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춤과 음악 모두를 의미한다.


995D8A435B1FF3CB3311FE 노년의 남녀가 추는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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