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돌아선 피치로이트레킹의 아쉬움을 하우스로 맥주로 달래본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국경을 계속 번갈아가면서 야간 버스를 타고 며칠을 달려야 하는 이곳, 파타고니아의 중심 깔라파테에 도착했다. 엘 깔라파떼는 지구 상에서 남극을 제외한 가장 큰 빙하가 있는 곳으로 모레노 빙하투어를 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해다. 도착하자마자 모레노 빙하투어를 이틀 후로 예약하고 난 후 이곳에 오기까지 고생한 날들을 생각하면 숙소에만 있을 수 없어 근처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시내는 아사도 방식으로 구워지는 것을 진열하는 음식점 외에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곳은 없었다.
가게 앞에 아기자기한 숲 속의 요정들을 배치시켜놓은 곳이 있어 숲 속 요정나라에 온 듯한 기분도 들고 다양한 표정의 요정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가게 안까지 들어갔다. 캐릭터 맥주인 듯 병 라벨에 각종 캐릭터 그림이 붙어있으며 라벨이 다른만큼 맥주에 첨가되는 내용물도 달라서 맛들이 각양각색이었다. 난 그중에 허니 맥주를 시켜봤다. 한 모금 마신 후 나는 바로 후회했다.
피치로이 전망대까지 트레킹을 하려고 길을 나섰다. 저질 체력으로 먼 거리는 힘들겠지만 2~3시간 정도의 짧은 트레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발을 단단히 동여매고 숙소를 나왔다. 엘 찰뗀 마을에 내려 천천히 걸으며 트레킹 입구로 가는 산마르띤 거리에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엘 찰뗀은 피치로이를 둘러싼 트레킹 코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피츠로이의 뜨레스 호수까지 왕복하는 코스 중에서 가장 가까운 전망 포인트까지만 움직일 예정이었다.
피치로이 현관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려 하던 중 아무 생각 없이 코 스판을 보고 있는데 입구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일행 중 영어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고 "NO, NO!"만 연발하고 있었다.
엥??... 이건 무슨 상황?
결론인즉, 피치로이 트레킹 코스는 현지 가이드 동반이 필수인데 동양인들은 현지 가이드를 안 하고 자체 가이드를 데려와서 그냥 입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자체 가이드인 것 같으니 입장을 거부했다는 말에 우리는 아니라고 계속 말했지만, 관리인들은 할 말이 있으면 경찰서에서 하라고 우리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또한, 동양인 2명만 모여도 현지 가이드를 데려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어 잘하는 친구는 가이드임을 의심받아 현지 경찰서로 동반당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대책 없이 그 친구가 오길 기다렸다. 시간은 1시간, 2시간.... 계속 흐르고 있었고 난 멀리서 보이는 피츠 로이 꼭대기만 바라봤다. 여기까지 돈 내고 버스 타고 왔는데 억울했다. 그 친구가 가이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이곳을 다녔던 사람들의 전적으로는 의심하기 딱 좋았다.
2시간이 넘어서 그 친구는 내가 있는 곳까지 왔으나, 입구에서는 더 이상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는 미안했는지 점심을 산다고 하면서 마을을 구경하자고 하였고, 계속 기다리다 지친 나와 먼 경찰서까지 다녀온 친구는 지쳐서 근처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경찰서에 데리고 갈 때는 차에 태워 가더니 올 때는 그냥 가라고 해서 걸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들어간 식당이 대박이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 주인은 맥주 양조장을 구경하지 않겠냐고 먼저 제의했고 우리는 흔쾌히 좋다는 대답을 하고 따라나섰다.
주인은 유창한 영어로 얘기하기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솰라, 솰라~~ 며칠 동안 발효하고, 이동하고 숙성하고... 기타 등등... 한마디로 본인 맥주는 손수 만들고 있는 하우스맥주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양조장을 구경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지금 보고 온 맥주를 안 시킬 수가 없었다. 맥주와 피자 등 간단한 먹거리를 시켰다.
맥주는 약간 도수가 있었지만 그 맛은 깊었으며 우리의 선택 역시 탁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