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웠던 마사이 마을
끝도 보이지 않는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나와 드라이버가 향한 곳은 근처의 마사이 마을이었다.
마사이 마을 입구에 서성이고 있으면 마사이 부족의 남자들은 하나둘씩 입구로 나와 대열을 이루면서 마사이의 춤으로 관광객을 맞이했다.
TV나 인터넷에 보면 젊고 탄탄한 마사이 전사가 머리에 갖은 치장과 붉은 계통의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면서 1m가량 공중으로 높이 뛰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춤을 환영의 인사로 관광객들 앞에서 추고 있는 것이다. 마사이족은 다리가 길고 탄력이 좋아서 잘 뛸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이 부족민들도 60~70센티미터 이상은 족히 높이 뛰는 것 같았다. 그렇게 춤을 추는 마사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나도 발뒤굼치를 들썩거리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마사이와 동작을 함께 하고 있었다. 물론, 내발은 지면에서 1센티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마사이 들은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것처럼 잘만 뛴다. 폴짝! 폴짝!
마사이 마을은 각자의 집을 짓고 생활하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당에는 소똥이 깔려있었다.
마을을 들어서자마자 소똥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워낙 강한 소똥 냄새에 나도 모르게 얼굴의 미간이 찡그려지는데 부족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고 있으니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렇게 소똥이 깔려 있는 마당을 아이들은 자기들의 놀이터처럼 천진한 모습으로 좋다고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찡그렸던 나의 얼굴은 펴지는 듯했고 살짝 웃음기도 감도는 듯했다.
소똥은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당에 깔아 자연적으로 건조한다. 이때 제대로 건조된 소똥을 밟으면 상관없지만 마당에 깔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덜 건조된 소똥을 밟게 되면 미친다.
밟게 되면서 미끌거려 자세가 살짝 기우뚱거리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으나 뒤이어 들어오는 자연(?)적인 냄새의 공격은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까지도 애교에 속한다. 소똥을 밟아 더러워진 신발은 밑장을 씻어내지 않으면 좁은 차에 탈 때 함께 타고 있는 모든 사람한테까지도 자연(?)의 냄새를 선물하게 된다. 난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말 조심조심 걸었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난 어김없이 미끌거리는 그것을 밟아버렸다.
어랏? 아이씨~~ 냄새
부족의 남자들이 지푸라기와 나무 막대기만을 가지고 불을 피우는 것을 재현하는 공연을 하였다.
"마른 가지를 비비면 마찰을 통해 열이 나고 그곳에 마른 지푸라기를 넣어고 바람을 불면서 불을 붙인다"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뿐 아니라 각종 매체를 통해 보고들은 내용이라 알고는 있지만, 머릿속에 있다고 실제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난 나뭇가지만을 이용해서 불을 피우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른 가지를 비비기 시작할 때부터 불꽃이 피어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불꽃은 피어나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뒤이어 본인들 집에 있던 아낙네들은 전통옷을 입고 나와서는 일렬로 쭉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사진 속의 모델을 자청하면서 관광객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입장료는 추장이 관리하며 학교나 공동생활에 사용되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관광객을 각자 살고 있는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작은 물건들을 팔아 생활한다고 한다.
웬만하면 사주자는 마음으로 나를 이끄는 마사이 부족의 집에 들어갔다.
집은 방과 주방이 있었으나 방이라고는 두 명이 누우면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의 공간이었으며, 방과 방 사이는 천으로 구분을 해 놓은 곳도 있고 그냥 오픈된 곳도 있었다. 사생활을 보장해주는 방문 같은 것은 상상하는 것 자체도 사치 같았다. 주방에는 불을 피우는 공간과 그 위에 걸쳐져 있는 그릇이 전부인듯하였으나, 창문도 없고 전기도 없어 너무 캄캄하여 핸드폰에서 나오는 불빛을 비춰가면서 둘러보았다.
너무 좁은 공간이라 도대체 몇 명이 사는지가 궁금해 호구조사가 시작되었다.
이 집의 마사이 사내는 아내가 셋이라면서 자식까지 포함하면 7~8명 되는 가족이 대여섯 평 되는 방에 옹기종기 모여산 다고 한다. 마사이 부족이 일부다처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추장 등의 특권층이 아닌 일반 부족민들도 일부다처 제인 줄은 몰랐다. 가족의 수에 놀라 집을 다시 둘러보았으나 도저히 7~8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다.
일행 중 한 명이 정말 궁금한지 사내에게 머뭇머뭇하면서 물어본다.
부부생활은 어떻게 해?
마사이 사내는 민망한지 대답은 안 하고 웃기만 하면서 우리에게 팔고자 하는 물건을 내놓았다.
본인들이 직접 사냥한 사자 이빨로 만들었다는 뻥(?)을 치면서 내놓은 것들은 목걸이, 팔찌 등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1달러면 족히 살 수 있는 것들을 우리에게 20달러를 불렀다.
가격은 20달에서 10달러까지 내려갔지만 누구도 사려하지 않았다. 그중 아까 부부생활을 언급하신 분이 마사이 사내가 가지고 있던 지팡이가 좋아 보였는지 지팡이를 팔라고 흥정에 붙이셨고 마사이 사내는 머뭇거리다가 제시한 가격이 맘에 들었는지 선뜻 지팡이를 팔았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그렇게 까지 돈을 들여 살 만한 값어치의 물건이 아니라 고마웠다고 인사하며 집을 나왔다.
마사이 마을을 나서면서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눈동자, 천진스럽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거움보다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관광객이 준 과자를 뜯지 못해 먹지 못하고 있었고 과자를 준비한 관광객은 못 먹을지 몰랐다면서 일일이 과자를 뜯어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에 힘이 없어서 과자봉지를 뜯지 못했던 것이 아니고 과자를 뜯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과자를 뜯어주려고 과자에 손을 데었더니 안 뺏기려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어린아이의 눈동자가 여운이 남아있다.
여전히 가난해서 자신의 생활을 관광객에게 공개하면서 살아가는 마사이들과 그 안에서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