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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던 산티아고

어렵게 주문한 세르베자, 아무 생각 없던 칠레, 항구도시 뿌에르또 몬뜨

by 나기


볼리비아의 고산지역에서 벗어나 칠레로 내려오면 도로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확연히 다른 공기, 시원하게 뻗은 도로들이 볼리비아와 칠레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쉬기도 훨씬 편해졌으며 고산 증상도 날아간 듯 없어진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고 즐거웠다.


고산지역도 벗어났고 지쳐있던 나는 숙소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 보려고 야외에 있는 테이블에 걸쳐 앉아 맥주를 시켰다.

주문받으려는 종업원에게 나는 엄청 또렷하지만 알아듣기 쉽게 혀를 굴려가면서 맥주를 시켰다.


"삐~이어 얼!!"


종업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쳐다봤고, 나는 마시는 시늉을 하면서 이번에는 최대한 영어에 가깝게 주문했다. "비어~!"

종업원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멀뚱히 쳐다만 본다.

세상에~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맥주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니...

나는 급기야 종업원을 가게로 데리고 들어가 한쪽에 있는 냉장고의 안에 있는 맥주병을 가리키면서 '비어'를 외쳤고 종업원은 그제야 알아듣겠다면서 '세르베자(Cerveza)'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세르베자!! 오케이 세르베자!!


야외테이블에 앉아 한가로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렵게 시킨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그동안의 피곤함을 날려버리는 듯했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국경에서 가까운 마을로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이 대부분이었으며 걸어서 1시간이면 구석구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가지고 있던 볼리비아 화폐와 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환전소 밀집지역을 갔으나, 상점에서 환전해줄 수 있는 칠레 화폐가 부족하여 몇 군데의 환전소를 전전해야 했다. 또한, 빨래를 며칠 동안 하지 못해 세탁소도 찾아야 했는데 역시 마을이 작아서 금세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나는 휴식을 취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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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지어진 집과 한적한 시내




이제 컨디션도 회복되었고 파타고니아로 가기 위해 여정을 시작했다. 우선 산타이 고를 거쳐 뿌에르또 몬트로 들어간다. 그리고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였다. 나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석증으로 병원 치료 중이어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하물며, 안내책자도 가져오지 않은 불량관광객이었다.

산티아고에서는 주위분이 가져오신 안내책자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사진으로 찍고 프런트에서 나눠주는 지역 지도와 오프라인 구글 지도를 보면서 돌아다녔다. 그렇게 여행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던 산티아고였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많았고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했으며 자유스러움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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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16~20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칠레와 유럽 예술가들의 미술작품과 조각품들을 전시되어있다고 하시만 사심은 시원한 곳을 찾아 들어간 곳이었고 유리돔으로 되어있는 건물 천정을 보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나름 우아하게 그림들을 관람하려 하였으나 나에게 많은 그림들을 관람하기에는 나는 지쳐있었다.






그렇게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고산증을 벗어나고 산티아고에서 불량관광객으로 보낸 뒤 항구도시 뿌에르또 몬트에 도착했다. 산티아고에서 12~14시간을 야간 버스를 타고 달려온 이곳은 유명한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도착한 시간은 점심을 앞두고 있었기에 맛있는 시푸드 레스토랑과 공예품 시장이 있는 앙헬모시장으로 향했다.

앙헬모시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지붕을 얹은 민예품 가계들이 늘어선 길을 지나면 갈색 목재 건물 안에 생선 가게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시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을 시켰다. 식당에 앉아서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은 고급 레스토랑과 맞먹었다. 왔으니 맛은 봐야지.. 맛은?... 상상에 맡기겠다.

칠레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시장을 나올 때 길목에 있던 치즈가게에서가 있어 치즈를 샀다. 이곳에서는 치즈를 무게대로 팔고 있었다. 와인도 마트에서 3~5달러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먹을만한 정도의 와인을 구할 수 있기에 오늘은 와인과 치즈를 먹어줘야 하겠다. 그것은 칠레에 대한 하나의 작은 예의이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와인은 예의상 먹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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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바라보는 앙헬모시장과 시장한쪽에 있는 식당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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