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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토레스 델 파이네

빙하가 녹아내려 만든 다양한 색의 호수가 모여있는 곳

by 나기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에 하나로 뽑힌다.

1200만 년 전 지각변동이 일어난 땅을 빙하가 휩쓸고 지나가며 만든 독특한 모양의 대지로 바위 구릉이 겹겹이 이어지면서 그림 같은 산세를 만들고, 그 사이는 빙하가 녹아내린 다양한 색의 호수가 있다.

나는 아르헨티나의 깔라파떼에서 모레노 빙하투어를 하고 오늘은 칠레의 뿌에르또 나딸레스 지역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를 한 후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렇게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있는 남쪽 지역을 말한다. 날씨는 해가 구름에 가렸다 나왔다 하면서 변화가 많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스럽게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트레킹을 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는 나 같은 관광객을 위해 일일투어로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방법이 있었다. 자동차로 이동하였지만, 주차장에서 멋진 풍경까지는 1시간~2시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국립공원에 들어서서 산 하나를 돌아 지날 때마다 산머리에 만년설과 구름을 받치고 있는 높은 봉우리 밑으로 각기 다른 색을 가진 호수들의 모습이 펼쳐져있다. 전망대에서 봤다면 한눈에 색을 분간할 수 있겠지만, 육안으로 봐도 물색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70112_115659.jpg 앞에 있는 호수 색과 뒤에 있는 호수의 색이 다른다.


주차장에서 내려 15~20분 정도 걸어가면 그란데 폭포가 나온다. 그란데 폭포로 걸어가는 길 양옆으로 갈대와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었고 높게 솟은 바위 정상은 구름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져 신비한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란데 폭포는 빙하가 녹은 물이라 색이 독특했고 웬만한 큰 폭포보다 박력 있었는데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서 피어나는 무지개 때문에 그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웠다. 이 폭포수는 뻬오에 호수로 이어진다.


20170112_133127.jpg 그란데 폭포로 가는 길
20170112_132415.jpg 무지개가 피어나는 그란데 폭포
20170112_132438.jpg 삐오에 호수로 흘러가는 그란데 폭포수


작은 빙하가 떠 있다는 그레이 호수를 보기 위해 주차장에서 20분 정도를 숲길을 걸어 들어갔다. 호수 중간까지 방파제처럼 되어 있는 길을 더 걸어가면 저 멀리 조그맣게 회색의 빙하가 보인다. 호수 중간까지 방파제처럼 되어 있는 길을 더 걸어가면 저 멀리 조그맣게 정말 조그맣게 떠 있는 빙하가 보인다. 빙하 쪽으로 가는 길에 깔려있는 모래사장은 너무 드넓어서 바닷가에 깔려있는 모래사장 같았다. 너무 멀이 있어 조그맣게 보이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려고 다가갈수록 빙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빙하 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차가워졌다.

호수 앞으로 다가가니 이건 바다를 보는 듯했다. 하물며 살짝궁 파도도 치고 있다. 그러나 빙하의 크기는 처음 봤던 거와 별반 다름이 없이 조그맣게 보였다. 빙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할 정도로 차가웠기 때문에 바로 돌아섰다.

빙하가 정말 멀리 있거나... 정말 조그마하거나...


20170112_150807.jpg 저 멀리 보이는 그레이 빙하


돌아오는 길에 아까는 미쳐 보지 못했던 흔들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한꺼번에 6명 정도의 사람 무게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인이 다리 중앙에 서서 양쪽의 오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다리는 흔들 다리였는데 특별히 건너갈 일이 없었음에도 나는 줄을 서있다가 건너기로 하였다.

다리 중앙에 있던 관리인은 어김없이 6명의 사람들만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다리를 건너게 하였고 나는 앞서 있던 사람들과 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다리는 중앙으로 갈수로 흔들거림이 심해졌고 나는 빨리 벗어나고자 지체 없이 다리를 건너갔다 다시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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