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기 Aug 29. 2019

제국의 번영과 몰락을 함께한 라호르

세월의 흔적을 따라 한 발, 한 발 거닐다 보면...

파키스탄에 입국하고 나서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부처의 고행상'을 봐야 한다면서 라호르박물관을 가기 위해 분주해졌고, 라호르에 대해 공부를 하지 못했던 나는 무엇인지도 모른 체 사람들한테 꺼여서 캐리어를 호텔 로비에 버려두고 라호르박물관으로 향했다.

국경에서 환전을 하기 다행이었다. 환전까지 하지 않았다면 박물관 앞에서 표도 끊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부처의 고행상을 찾아 무작정 질주했다.

깨달음을 위해 하루에 좁쌀 3톨만 먹었다는 부처의 모습을 너무나도 세세하게 조각한 간다라 미술의 절정이라는 고행상은 핏줄 하나하나까지도 정말 정교하고 세밀하게 조각되어있었다. 어떤 이는 모나리자 보러 갈래? 아니면 고행상 보러 갈래?라고 묻는다면 고행상을 본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내 눈에는 그다지 하나의 잘 조각된 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난 예술에는 문외한이다.  

라호르박물관에는 생각보다는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인도의 국립박물관에도 많은 물품이 전시되어있지만 라호르박물관에는 인도보다는 더 페르시아스러운 물품들이 많이 전시되어있었다.

페르시아스러운 물품이 뭐냐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난 한마디로 대답했다.


더 파란색이 많아!!~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지만 '맞다'면서 웃었다. 그게 내가 나름대로 감상하는 감상 포인트인 것을...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물품들은 많지만 에어컨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습도 조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가 살짝 궁금해졌다.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일 뿐, 어떻게든 알아서 자~~ 알 하겠지.. 내가 괜한 걱정을 살짝 하고 있구나~


라호르박물관(무굴고딕양식) / 부처의 고행상



박물관을 나와 근처에 있는 올드마켓을 돌아다녔다.

인도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를 사기 위해서였는데 옷을 파는 파키스탄의 시장은 생각보다 너무나 단조로운 색감의 옷들만 있었다. 인도처럼 알록달록한 옷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회색, 누런색, 누리끼리 한색, 거무죽죽한 색 등 때를 타도 별 표시가 나지 않는 아래위 한벌로 팔고 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상점을 아무리 둘러봐도 눈길이 가는 옷들이 보이지 않았다. 인도에서 파는 똥싼바지나 동남아에서 파는 알록달록한 바지 등을 파키스탄에서도 파는 줄 알고 사려 했던 계획이 빗나가고 있었다.

옷가지를 걸어놓고 파는 상점을 지나니 식당과 과일 점등이 즐비하다. 망고를 산처럼 쌓아놓고 있는 상점 안에 믹서기가 보인다. 분명히 주스도 가능할 듯싶어 망고주스를 시켰다.

얼음도 넣어달라고 온갖 몸짓, 발짓으로 주문하고 받아 든 망고주스는 여태 먹던 맛과는 사뭇 다르다. 연유도 들어간 것 같고 살짝궁 다른 것도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달짝지근하니 맛은 있었다.

사실 너무 더워서 시원한 것이면 무엇이든 좋았다는 것이 더 정답일 것이다.


망고주스를 파는 과일과 게




와가보더의 국기하강식을 마치고 예약되어있는 식당에 들렸다.

사실은 식당보다는 파키스탄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술을 이곳 라호르의 와인바에서 구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곳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와가보더의 국기하강식이 끝난 시간은 7시가 다 되었고 라호르 시내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 반을 훌쩍 넘고 있었다. 와인바는 9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여서 포기하고 식당에 들어섰다.

레스토랑은 극히 환상적이었다. 라호르 포드와 배드샤히 모스크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에 마련되었고 바람까지 불어주어 이국적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또한, 파키스탄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와 노래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기가 파키스탄이라고 것을 분명히 하였다.

배드샤히 모스크의 기둥과 돔은 환상적이었다. 내일 저곳을 꼭 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을 즈음 음식이 나왔다.

인도음식과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 그 무언가의 파키스탄 음식,  약간 짠듯하지만 란과 함께 먹으면 어우러지는 맛이 너무 좋다. 특히, 소고기 꼬치는 한입 입에 넣고 감탄사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음식들과 란, 그리고 탄산음료의 상쾌함까지, 음식은 더할 나위 없었고 그 분위기, 그 조명, 그 야경, 그 음악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에 맥주 한잔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절실했다.


Haveli Restaurant에서 보이는 라호르 포트와 배드샤히 모스크의 야경


Haveli Restaurant
주소 : 2170-A Food St Fort Rd, Shahi Mohallah Walled City of Lahore, Lahore, Punjab, 파키스탄 위치: 배드샤히 모스크




파키스탄은 한국인에게는 그리 호락호락한 여행지는 아니다. 그래서 현지 여행사가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줄곧 함께 한다. 즉, 패키지는 아니지만 패키지스럽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제 파키스탄에 입국하자마자 국경에서 만난 현지 여행사는 이제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길깃, 훈자에서 쿤자랍패스까지 함께 이동할 것이다. 아침을 먹고 작은 봉고차에 오르니 차는 라호르에 있는 명소 몇 군데를 거친 후에 이슬라마바드로 들어갈 것이다.  

'라호르를 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속담처럼 라호르의 볼 것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기대를 하면서 출발해본다.  


차가 먼저 도착한 곳은 어제 환상적으로 보았던 배드샤히 모스크였다.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파이살 모스크가 있기 전까지 파키스탄 최대의 모스크로 현재는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모스크이다. 건물 내부에 1만 명, 안뜰에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구조와 장식은 페르시아 양식이고 붉은 사암의 벽과 대리석 돔이 좌우대칭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본관은 사원으로 쓰였고 입구에서 옆으로 보이는 쪽은 이슬람 학교를 쓰였다 한다. 전부 주워 들은풍월이다. 하지만, 글로보는 모습보다는 눈으로 보는 모습은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뜰은 넓긴 하다. 하지만, 이곳에 9만 명이 과연 수용이 될지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방문한 날은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가운데 천막이 쳐져있는 것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쪽에서 찍던지, 저쪽에서 찍던지 한 가운에 쳐져있는 천막은 어쩔 수가 없는 데코로 자리를 잡았다.


Badshahi Mosque(배드샤히 모스크)
1670년대에 건설된 무굴 스타일의 대형 모스크이며 붉은 사암으로 된 4개의 첨탑이 있습니다.


배드샤히 모스크의 안뜰에서



걸어서 라호르 포트까지 이동한다. 다 거기서 거기 붙어있다. 다만, 입장료는 순간순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분 좋게 낸다. 왜냐?  난 돈 쓰러 온 관광객이니까~ 기꺼이 봉이 되어 주련다.

라호르 포트는 무굴 시대 이전부터 시크 시대까지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계속해서 증축하며 지어진 곳으로 성안에 건축물들은 각 왕들마다 특징이 다 다르게 지어졌다. 특히, 시슈 마할(거울 궁전)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샤자한의 부인이 하늘에 별을 보고 싶다고 해서  실내에 거울 조각을 이어 붙여 밤하늘의 별을 보듯한 착각을 만들어낸 궁전이다.  라호르 포트에서 가장 화려하고 장식이 뛰어나 관광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샤자한의 사랑이 타지마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핸드폰의 조명으로 천정을 비춰본다. 조명이 움직일 때마다 별들은 빛나고 있었다. 그 옛날 이런 생각을 어찌했을까 싶다. 분명히 샤자한의 명에 의해 아랫사람들은 이것을 만들어 내느라 죽어났을 것이다.


시슈마할 궁의 천장을 수놓은 거울조각의 문양들



이외에도 라호르 포트 안에는 갖가지 건축물 등에는 신비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천정의 울림을 통해 아주 작은 소리도 큰소리로 들리는가 하면, 벽기둥에 대고 소곤거리면 건너편의 벽기둥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 건축물도 있었다. 또한, 어느 건축물의 한 지점에서 작게 소리를 내면 공명을 통해 본인에게 더 크게 들리는가 하면, 어느 지점에 서로 서있을 때는 작게 소리를 내도 상대방은 귓가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크게 소리가 들리는 건물도 있었다. 천년이 흐른 지금에도 신기한데 그 옛날 그 사라들은 이런 것은 어떻게 잘 해낼 수 있던 건지가 그냥 신기하고 대단할 따름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곳이기 때문에 나와서 신발을 신고 계단에 잠시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파키스탄의 현지 젊은 친구 세명이 나를 보고 힐끔거리면서 자기네들끼리 사진을 찍고 있었기에 나는 내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와서 앉으라는 모션을 취했다. 그랬더니 그중 한 명이 알아듣고는 내 옆에 앉았고 다른 친구도 그 옆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세명 중 찍사가 된 친구가 투덜거리는 모습이 너무 순수해 보여서 살짝 웃음 짓게 한다.

결국 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사진을 찍었고 웃으며 악수하고 헤어졌다. 이방인,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에 나는 한국에서 이방인을 볼 때 어떠한 기분이었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키스탄, 진다바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