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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Sep 01. 2019

아차차~파키스탄, 여긴 이슬람이지?

꼬치 먹는데 맥주가 없어?

라호르에서 배드샤히 모스크와 라호르 포트를 보고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고속도로를 내리 달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휴게소에 정차했다. 휴게소에는 피자헛, 버거킹 등 들어서 익숙한 패스트푸드점들이 즐비했는데 아직 이곳에 롯데리아는 들어오지 못한 듯하다.

모든 패스트푸드점 중에서 가장 익숙하지 않은 곳에 들어가 버거를 시켜본다. 모르는 글씨는 패스하고 알아볼 수 있는 그림만으로 치킨버거세트를 시키고 옆사람이 시킨 치킨 한 점을 빼앗아먹어 본다.

같은 패스트푸드라고는 해도 나라마다 그 맛은 많이 다르다. 패티로 들어간 치킨은 우리네보다 더 촉촉했지만 튀김옷은 생각보다 많이 짰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못할 진리는 얼음 넣은 콜라였다.


이슬라마바드 시내로 들어왔지만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파이샬 모스크로 향했다.

파이샬 모스크는 터키의 건축가인 반다트 달오케이(Vedat Dalokay)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모스크로 면적이 5,400㎡를 차지하여 인근 바깥쪽까지 포함하면 30만 명의 기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주워 들은풍월이다. 이렇게 자세한 것들은 사진을 보면서 구글을 검색하면 나오는 것들이고 현장에서 본 파이샬 모스크는 마치 미사일 기지처럼 보였는데 실제적으로 파이샬 모스크가 공개되기 전까지 위성사진으로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지가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어쨌든 모스크는 각진 건물과 뾰족한 미나렛만으로도 멋지게 어울렸는데 해가 지면서 만들어내는 석양빛에 어우러지는 모습은 흡사 우주의 어느 별에 있는 듯한 느낌까지도 받았다.


파이샬 모스크 앞에서

 


Shah Faisal Masjid (파이샬 모스크)
파이살 모스크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국립 모스크이다.
주소 : Shah Faisal Ave, E-8, Islamabad, Islamabad Capital Territory, 파키스탄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걸으면서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진 요청을 받았다.

나 혼자서만 사진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 모든 동양인은 여자, 남자, 젊은이, 늙은이를 막론하고 사진 요청을 받았는데, 사진 요청에 응하면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어 저도 나도 요청하고, 응하지 않으면 계속 옆이나 앞으로  쫓아오면서 우리를 배경으로 놓고 본인들의 셀카를 찍어대기 정신없었다.

처음에는 함께 사진 찍자는 현지인들이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몇 번 사진을 찍었지만, 한번 응하면 떼거지로 몰려드는 현지인들을 보면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싶은 위치에서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있노라면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우리가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너도나도 사진기에 담고 있었고, 우리가 사진을 다 찍기도 전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달려들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거절해도 별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원하는 위치에서 맘 놓고 사진도 못 찍는 신세가 되어버렸고, 옆에 있던 동생이 하는 혼잣말을 듣게 되었다.

'연예인들이 이렇겠구나~' 그 말을 듣고 보니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라호르에서도 사진 요청을 받기도 하였지만 파이샬 모스크에서처럼 떼거지로 몰려들고 지속적으로 셀카를 찍어대면서 쫓아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저녁에 되어서야 이슬라마바드의 호텔에 들어왔다.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구경도 하고 저녁을 먹을 겸사겸사해서 밖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푸드코트처럼 공원에 먹거리 시장이 형성되어있었다. 자욱한 연기를 내뿜으면서 그 자태를 뽐내는 꼬치구이들을 보고 있자니 다른 것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시켜본다. 샐러드, 라이스, 빵은 노우, 꼬치... 음~ 꼬치는 양하나, 소하나, 돼지 하나....

돼지가 없어??  왜???

아차차차.... 여긴 이슬람 국가지... 당연히 돼지도 있고, 소도 있고, 양도 있는 줄 알았다.

음료는... 당연히, 꼬치엔 맥주지!! 당당하게 외쳐본다.  맥주!!!

맥주도 없어? 아~ 이슬람 국가... 이렇게 이슬람 국가가 싫을 줄 몰랐다.


꼬치 굽는 중인 식당 주인과 웨이터


어쨌든 시킨 음식과 음료만으로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길거리 음식점이지만 덥다고 선풍기도 옆으로 가져다주고 본인들이 없는 음식은 옆집에서 공수해다 주는 웨이터 덕에 즐거운 저녁을 마무리하고 계산서를 받아 들었다. 뭔지 모를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쪽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것을 느꼈다.

메뉴판을 다시 달라고 했고 그중에 알 수 있던 음료의 가격으로 메뉴판과 계산서의 가격을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메뉴판에는 라씨가 분명 70루피라고 적혀있었는데 계산서에는 90루피라고 기재되어있었고 3개를 시킨 레모네이드는 계산서에 4개로 기재되어있었다. 사실 다른 것도 모두 엉터리로 적혀있기는 겠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음료만으로 웨이터에게 따졌고, 급기야 매니저가 와서 계산서를 정정한 후에야 우리는 계산을 하고 일어났다.

분명 이전까지는 좋았는데... 분위기도 좋고 웨이터도 잘해줘서 팁도 주려고 했는데 계산서를 엉터리로 해온 것이 뽀롱나면서 우리는 기분이 잡쳤고 주려했던 팁도 얄짤없이 주지 않았다. 팁이 포함되지 않은 원금액만 받아 든 웨이터의 인상이 구겨졌지만, 어쩔 수 없지... 베푼 대로 거둔 것이리라...


저녁을 먹고 다시 한편에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가면서 옹기 같은 그릇에 차를 팔고 있는 것을 보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탄두리 짜이'라 불리는 것으로 화덕 안에서 달궈진 그릇에 짜이를 부어서 마시는 것 같았다.

당연히 일반 짜이와 그 차별된 맛이 궁금했다. 짜이를 기다리는 동안 좌판에 깔려있는 의자와 탁자를 배치하고 기다렸다가 맛을 보았다. 의자가 탁자도 되었다가 다시 의자도 되는 즐거운 구조였다.

받아 든 짜이 잔은 뜨거워서 맨손으로 들 수도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짜이의 찐한 맛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여태 먹어본 짜이 중에 단연코 으뜸이었다.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 채 이색적인 거리의 한편에서 마시던 찐한 짜이의 맛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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