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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Feb 25. 2020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 쿤자랍

파키스탄에서 중국까지 험난한 국경 통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라는 쿤자랍패스(4,693m / 1982년 완공)를 넘어 중국의 타슈 구르간까지 이동하려 한다. 쿤자랍패스를 통과하는 소요시간은 약 10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곳 소스트(Sost)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출입국 절차를 마쳐야 하며, 중국과의 국경 버스를 갈아타거나 파키스탄 북부지역으로 가는 교통편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세관과 출입국사무소가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시내 끝에서 끝까지는 100미터 밖에 안되며 쿠다바드 빌리지까지 돌아도 3~4시간이면 족한 작디작은 마을이다. 출입국사무소 바로 앞의 숙소에 짐을 풀고 산책하듯이 슬렁슬렁 시내 끝에서 끝까지 걸어본다.

이 작은 마을도 사람 사는 곳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로컬 식당과 작은 구멍가게들이 줄지어있었고 중간중간에는 옷과 가방, 신발들도 팔고 있었다. 오픈마켓에는 커다란 판에 우리네 호떡 같은 것들을 기름에 구워 팔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리어카 같은 곳에서 꼬치를 구워서 앉아먹게 하였다. 꼬치는 너무 짰다. 더구나 꼬치라는 느낌은 맥주를 절실하게 부르고 있는데 여기는 아직 파키스탄이다. 맥주를 구하려야 구해지지가 않는다.  호떡처럼 생긴 모습이 반가워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 것이 구워지기를 바라보는 우리가 신기한지 사장님뿐 아니라 주위의 상인들까지도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눈이 마주치면 서로 멋쩍어서 웃어댔다.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한두 개 맛보면서 시내 중간에 있는 다리를 건너 쿠다바드 빌리지로 가기로 한다.

넓은 공터도 나오니 드문 드문 집들도 보인다. 담장에는 물병에 물을 담아서 담 위에 세워놓은 집들도 꽤 보인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 지나치는 집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설산이 다시금 탄성을 나오게 한다.

그렇게 나무다리를 건너 쿠다바드 빌리지로 들어가니 척박했던 아까와의 전혀 다른 풍경에 새삼 놀란다. 풀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황무지 같은 산, 그 아래 파랗게 펼쳐진 밭의 사잇길로 걷다 보면 풀을 베는 주민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좀 도와드리냐 물으니 선뜻 본인의 연장을 건네면서 웃어 보인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공차기하는 곳이 보인다. 운동장인듯한데 그냥 흙바닥에서 공차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네의 공공시설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들은 즐거워했고 더불어 나는 평화로워졌다.


그들은 웃고 떠들면서 신나게 공차기를 하고 있었다.


소스트 시내 & 쿠다바드 빌리지
쿠다바드 빌리지




 


쿤자랍 패스의 파키스탄 국경도 짐 검사가 심하다고 하지만, 중국 쪽의 짐 검사는 악명이 높다. 또한 허가받지 못한 차량으로는 패스를 통과할 수도 없다.

높은 지대에서 시간도 엄청 걸린다는 말에 어제저녁에 고산증 약을 먹고 잤다.  

아침에 8시 반쯤 파키스탄 보더에 짐을 줄 세워놓고 시간이 되길 기다리고 있으니 중국인들이 출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우르르 다가온다. 오호~ 저들이 내 뒤에 있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가 시작되었다.

까칠한 파키스탄의 보더에 짐 검사를 위해서 짐을 줄 세우고 긴장하고 있는데 한 마리의 탐지견이 짐 주위를 서성거린다. 탐지견이 수상한 짐가방 앞에 앉으면 그 가방 주인은 가방을 오픈해서 작은 가방 하나하나까지 보여줘야 한다는데 다행히 내 짐 앞에 탐지견은 앉지 않았고 별도의 엑스레이 검사도 없이 수속이 완료되었다.

소스트에서 쿤자랍패스까지는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3,000미터가 안 되는 소스트에서 4,693미터까지 한 시간 가량 줄기차게 올라간다. 물론 직선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사를 굴곡 심한 에스자를 그리면서 올라가니 3,000미터가 넘어서면서부터 고산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호흡을 깊게 한다고는 하지만 가팔라지는 숨은 멈출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어제 먹은 고산증 약의 부작용 때문에 온몸과 손발이 저리기까지 했으니 눈을 뜨고 풍경을 감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파키스탄 보더에서 탐지견


쿤자랍패스(해발 4,693M / 1982년 완공)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가장 높은 지점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다. 피의 계곡이라는 와키(Wakhi) 말에서 유래된 쿤자랍패스는 산적들이 이 고개를 넘던 모든 대상과 구법승들을 약탈하고, 매일같이 사람들을 찢어 죽여서 계곡에는 늘 사람의 피가 흘러넘쳤기에 피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쿤자랍패스 때문에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1년 동안 5개월(5월 18일~10월 15일)만 개방이 되며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서 국경이 폐쇄된다. 또한, 파업으로 보더가 문을 닫거나 산사태로 길이 막혀 넘어가지 못하는 등 다양한 시건. 사고, 변수가 발생할 때에는 소스트에서 대기하고 있다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소스트에서 쿤자랍을 넘어 이동하는 곳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이슬람 국가로의 분리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속적으로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어 반중 정서가 뿌리 깊은 지역으로 서양사람들이 신장지역의 독립을 도우려거나 선교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의심이 드는 사람들은 입국 거부를 당할 수 있으며, 종교적인 뭔가를 가진 흔적이라도 보이면 바로 검거되어 조사당한 후 강제 추방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사항 때문에 짐 검사도 깐깐하게, 통제도 심하게, 화장실도 허락받고 보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파키스탄 보더를 통과해 쿤자랍 국경에 올라가면 차이나 게이트가 있고 10여분 정도를 더 가면 중국 검문소가 나온다. 이곳의 짐 검사는 복불복이지만 강하게 할 때는 신체 엑스레이 찍고 배낭은 완전히 탈탈 털어서 뒤지며 등산용 칼, 과도도 무기류로 적발하여 장시간 취조를 당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휴대폰을 열어서 야한 영상이나 이상한 사진들(쿤자랍패스 이후 중국 검문소 관련 사진 포함)이 있으면 모두 검거될 수 있다고 했다.

차에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차량검사를 마치고 드디어 중국의 짐 검사장에 도착했다.

차량은 차량검사를 위해 검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내려야만 했고 짐 검사받는 몇 명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나니 나는 밖에서 짐과 함께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앉아있을 곳도 없었다.

짐 검사를 받는 사람들은 버스 안에 있던 30여 명의 사람들이 전부인데 도대체 줄이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창문도 전부 닫혀있어 안에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고, 짐 검사가 끝난 사람들은 짐 검사를 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접촉도 통제했다. 화장실을 갈 때에도 허락받아야만 했고  한줄로 줄을 지어서 데려다주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에 들어섰다고 내가 짐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니고 앞사람이 받고 있는것을 지켜보면서 건물 안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우선 신발과 모든 겉옷들은 벗어주고 엑스레이를 통과하면 검사자는 탁자 한쪽을 가리키며 캐리어를 올려놓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짐 검사가 시작된다. 서너 명의 사람들이 각자 앞에 놓인 오픈된 캐리어를 들추면서 뭔지 모를 것들을 들어 올리면서 무어냐고 물어댄다. 어떤 사람은 동전지갑까지 탈탈 털면서 검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검사를 받는 사람은  화장품이라면서 얼굴에 화장품 바르는 모션을 취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어떤 사람은 지갑에 있던 USB가 걸려서 다른 장소로 데리고 짐 검사장을 빠져나갔다.


와우~~ 이런 긴장감 오랜만인데???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앞에서 보고 들은 대로 조신히 행동하면서 엑스레이를 빠져나와 탁자 위에 캐리어를 올려놓고 짐 검사를 기다렸는데 나를 담당하던 사람은 가만히 쳐다보다가 '피니쉬'라고 말하며 가라고 하였다. 뭐야!  뭐야!  정말 끝난 거 맞아?  기분이 좋았다.

짐 검사는 무사히 끝났고 USB가 걸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버스에 탑승하여 저지대에 있는 이미그레이션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짐 검사를 위해서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3~4 시간을 고산지대에 머무르다 보니 계속 고산 증상이 나타났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사람이 살짝궁 걱정되기는 하지만, 거칠어지는 숨 때문에 숨 고르기가 우선이었다.   


쿤자랍패스의 ATM &  중국검문소 (출처 : bolg.duam.net/shin511007)
쿤자랍패스와 중국검문소 (출처 : bolg.duam.net/shin511007)


검사가 끝난 짐과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고 이미그레이션에 도착했다.

97년 2월에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의 분리독립을 막아야 중국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강경하게 조치를 단행했고, 그에 따라 반중 정서가 뿌리 깊은 곳이라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위구르인들의 테러가 일상인 곳이다. 외모가 다른 외국인에게는 해를 가할 일은 없으나 외모가 비슷한 한국인들에게는 테러의 위협이 있어 중국 정부로부터 여권을 소지하라는 공지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이미그레이션만 통과하면 밖에 돌아다니고 관광하기에는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하는데 이곳저곳에 경찰들이 몹시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짐 검사도 수월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이미그레이션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운이 좋다고밖에 생각 안된다. 국경 통과하는 것이 하루 종일 걸리고 긴장의 연속이 되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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