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는 글쓰기.

이제 그만 생각하자.

by 하나

“이래 봬도 나 치열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야.”


남편과 대화 중에 했던 말인데, 내가 저 말을 하게 된 맥락은 기억 안 난다.

다만 큰 고민 없이 뱉은 저 말이 최근의 나를 꽤 잘 나타낸다고 느껴서 그런지 앞 뒤 맥락 없이 저 문장만 되게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 많은 생각들은 주로 스스로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나는 주로 나 스스로에게 가장 시달리는 편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봐도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고, 뭐가 그리 예민하냐는 타박이 나올 때도 많다.


최근에는 무언가를 시도하기 싫어하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과 상태를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이 수동성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게서 할 수 있는 한 도망가려고 하다 보니 요 근래 몇 년간의 나는 생활 패턴도, 경험하는 것의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예전에는 불편하고 어려운 것들을 그냥 빨리 돌파해서 지나가는 스타일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어떤 것을 견디고 버텨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최근에 나는 거주지를 변경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 결심을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커리어 조직생활에 대해 내린 나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또다시 내가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나는 참을성이 없는 충동적인 사람인 걸까?'라고.


한동안 저 문장에 대해서 변명거리를 찾다가 '뭐, 그렇다면 나는 참을성 없는 충동적인 사람인 것으로 하자.'라고 나 자신에게 질러버렸다. 내가 내린 결정이 안정적으로 보였던 삶의 모습과 다른 것이, 어떤 거창한 플랜 없이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 참을성 없고 충동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그런 것으로 하자.


그저, 조금 더 가볍게 살아보고 싶다. 어떻게 보면 조금 무모할지는 모르지만 좀 넘어지고 까져도 털고 일어날 기회가 있는 지금 이 때에 무모하게 지내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부러워만 하다가 지나가 버린 수많은 기회와 경험들을 아쉬워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온갖 걱정들을 주렁주렁 달고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움직여 보기로 하자.


충동적인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과정을 글로 풀어내다가 걱정에 둘러싸여 끙끙대던 내 모습이 내 글에 묻어있다는 걸 발견했다. 예전부터 내가 쓴 글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생각을 한다’ 등의 표현으로 끝나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거슬렸었다. 글의 내용을 아무리 고민해서 썼어도 저렇게 마무리되면 글의 내용을 힘없이 뭉뚱그려놓는 것 같아 싫었다. 저 단어들이 계속 밟혀서 어떻게 다른 동사로 바꿔보려고 해도 '생각했다' 류의 변형에서 더 적절한 대체어를 찾지 못해 내버려뒀지만, 반복되는 표현의 패턴이 나는 계속 거슬렸었다. 그런데 그 거슬리는 문장들이 사실은 생각만 많고 움직이지 않는 나였다. 내가 쓴 문장 속에 나의 용기 없음과 게으름이 드러난 거였다.


' '~라고 생각했다' '생각한다' 등으로 모호하게 끝나는 문장을 쓰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 내가 쓴 문장들 속에 망설이고 겁내고 주저하고 결국 생각만 하다가 그만두는 내가 있었다. 나에게는 생각하고, 깨닫고 느끼기만 하는 내 글은 매력이 없다. 내 생각과 깨달음은 주로 과거를 물고 뜯고 헤집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이리저리 뜯어보기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이다.


더 명확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다양한 표현으로 문장을 끝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기뻐하고, 감탄하고, 선언하고, 주장하고, 묻고, 따지고, 도전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치열하게 생각함과 동시에 열심히 표현하고 움직이는 사람으로 자라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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