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Apr 02. 2020

[Day 6]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 사그라다 파밀리아

유럽여행 가면 뭘 보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유일하게 떠오른 한 가지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는 거였다. 

바르셀로나 여행 세 번째 날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포함된 가우디 투어가 있는 날! 


우리 부부는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알차게 이용했는데 모든 현지 투어는 '유로 자전거나라'를 통해서 현지 투어를 진행했다. 이렇게 현지에서 가이드가 구석구석을 알려주는 투어가 있는지 몰랐는데, 예전에 남편이 유럽여행을 갔을 때 정말 재미있게 투어 했던 경험을 나와 같이 하고 싶어서 대부분의 여행지의 유명 관광지의 현지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가우디 투어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던데, 우리가 참여한 투어는 워킹투어로 직접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해서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퍼져있는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관광하고 마지막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투어 하는 일정이었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작업한 까사 비센스


나는 대부분의 여행지의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갔었는데, 이 투어들은 내가 공부하지 않아도 방문한 장소의 유명한 관광지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등 재미있는 역사 및 야사들까지 가이드 분이 정말 알차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는 점!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철제 장식들은 가우디가 철을 다루는 대장장이 집안의 아들이었던 흔적이라고 한다. 벽을 가득 메우는 다양한 무늬의 타일들을 보면서 그 옛날에 이런 디테일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다음 목적지는 구엘공원. 가우디의 건축물을 구경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디테일과 완성된 건물들의 모습을 보면 돈과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가우디가 이런 작업들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구엘'이라는 스페인의 유명한 부자인데, 구엘공원은 구엘의 이름을 딴 전원주택단지이다. 


결과적으로 그 주택단지 사업은 가우디를 포함해서 딱 1명에게만 분양되는 바람에 폭망 했다고(;;) 한다. 비록 사업은 망했지만 가우디가 기깔나는 마을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해준(?) 덕분에 한 개의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동네'를 가우디가 얼마나 천재적으로 만들었는지 공원, 산책로, 산책로의 벤치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구엘공원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울타리처럼 만들어져 있는 벤치의 타일 모자이크의 디테일을 보자!!


특히 구엘공원 내의 운동장? 같은 공터에 있는 벤치가 진짜 멋졌는데, 돌로 만들고 모자이크 타일로 꾸민 이 벤치는 사람이 앉았을 때 편안한 각도로 휘어지도록 만들었다고 한다.(중세시대 때 이미 구현한 인체공학 의자...)  구엘공원을 구경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꼼꼼하고 창의적으로 구성되어있는 요소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원근법을 활용한 기둥 디테일! 



위의 사진을 보면 모든 기둥의 타일 무늬가 같은 위치에서 일직선으로 맞춰진다.  원근법을 활용해서 사람이 바라봤을 때 저 기둥들이 일직선으로 맞춰지도록 설계한 것!  심지어 저 기둥들은 모두 물탱크처럼 활용되도록 내부가 설계되어있다고 한다. (오오오 천재 오오오)


정말.. 사 진고자인 내가 다양한 전경을 남기지 못해 너무너무 아쉽지만 분수대, 기둥, 산책로, 건물들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가우디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꼭 투어 가이드랑 같이 가는 걸 추천한다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까사 바뜨요였는데, 까사 바뜨요의 사진은 없더라. (넋을 놓고 구경했었기 때문인 듯..) 까사 바뜨요 다음은 까사 밀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우디 작품의 공통점은 건물이 하나의 그림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건물에서 기대하기 힘든 물결치는 곡선의 형태로 구성되어있고, 장식품들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처럼 디테일이 완벽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곡선을 사랑한 가우디의 취향이 폭발해 버린 것 같은 까사 밀라


'밀라의 집'이라는 뜻의 까사밀라. 외주를 맡겼던 밀라가 완성된 집을 보고 집이 모두 곡선형으로 되어있어 넣을 가구가 없다고 하자 직접 집에 맞는 가구까지 만들어줬다고 한다.(대박...)


마지막으로 들린 관광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이 한꺼번에 뒤를 돌아보며 한눈에 들어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감탄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투어 가이드 언니도 꽃보다 할배에서 나온 딱 그자리에서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처음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셨다. (센스!)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게 훨-씬- 놀랍다. 그 옛날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건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얼마나 크고 높은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탄생의 파사드가 있는 왼쪽이 오른쪽보다 색이 더 진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어지고 있는 건물답게 가우디가 직접 만들었던 가장 오래된 탄생의 파사드 쪽 건물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 색이 진하게 변한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탄생 과정이 조각으로 아로새겨진 탄생의 파사드.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디테일함과 완성도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 조각상의 생김새와 표정, 인물이 모두 다른데 실제 그 시대의 사람들을 모델로 해서 본을 떠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직접 감독하며 만들었다고 하는데 각각의 조각과 장식이 모두 저마다의 의미와 상징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보면 저게 어떻게 몇 백 년 전의 기술로 가능하지?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성당 뒤편의 수난의 파사드

워킹 투어는 성당 내부는 포함되지 않고, 성당 외관을 한 바퀴 둘 면서 진행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던 쪽은 성당 뒤편의 수난의 파사드 부분이었다. 수난의 파사드 부분은 가우디가 남긴 설계도를 바탕으로 후대 건축가가 총괄하였기 때문인지, 분위기나 스타일이 가우디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수님이 고난 받으시는 과정이 조각되어있는데, 각 기둥은 힘줄과 뼈를 상징하고, 지붕 쪽의 기둥들은 갈비뼈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가우디와 달리 수난의 파사드 부분은 매우 간결하고 직선적인 느낌의 조각들이어서 평면적인 듯하면서도 뾰족하고 날선 느낌을 준다. 조각의 내용(예수님의 수난)에서 모티브를 얻은 기둥들의 모습(뼈와 힘줄의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서 실제로 보면 훨씬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 


워킹투어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투어는 포함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투어를 종료하고 우리는 내부로 들어갔다. 남편이 워킹투어 종료시간에 맞춰서 입장을 예약해 두었던 덕분에 매끄럽게 내부로 입장! 


이날 성당 내부는 많이 찍지 못했다. 보는데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부의 분위기와 느낌을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성당 내부는 자연광을 받아서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성당 내부에는 수십 개의 기둥들이 있는데, 이 기둥들도 흡사 나뭇가지처럼 천장을 향해 뻗어가도록 설계되어있다. 가우디는 내부에서 천장을 올려다봤을 때,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들도록 성당 내부를 설계했다고 한다. 내부는 전기시설 없이도 어둡지 않도록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한다. 

수많은 창문들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환하게 밝혀지는 성당내부. 숲을 연상케 하는 천장의 모습.


실제로 성당을 보면 건물 자체의 높이가 어마어마한데, 이런 건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기둥들을 설계, 배치함과 동시에 예술적인 요소들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게 중세시대에 설계되고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물이라는 점에는 더더욱!) 


색색깔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이게 벽면에 가득하다. 

벽면을 장식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깔을 쓰는데도 빛이 들어오고 지는 방향을 모두 고려하여 배치하였다고 한다. (후.. 디테일에 미친 천재 같으니라고...) 성당 내부를 한차례 구경하고 나서, 전망대를 구경하러 올라갔는다. 참고로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나, 내려올 때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전망대를 올라가면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올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성당 전망대에서 외국 인분이 찍어주신 우리 둘 (...)

남편과 나 둘 다 성당을 구경하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대단하다고 감탄하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할 정도로 성가족 성당은 멋있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우디 투어를 통해 가우디의 인생, 작품관, 특징들을 들으면서 사전 지식이 쌓인 상태로 성가족 성당을 방문하니 훨씬 좋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물 자체가 매우 화려하고 그냥 보기에도 놀랄만한 건축물이기에 사전에 아무 지식이 없이 가도 충분히 감동적이겠지만, 가우디 워킹투어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재미있는 포인트들을 알수록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혹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방문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가우디 투어를 함께 겸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는 가이드 투어가 불가하기 때문에 외부 투어를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날 투어를 마치고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찍은 멋진 보랏빛 하늘


주일에 교회를 가는 대신, 성가족 성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꼼꼼히 일정을 짜준 남편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여행했던 스페인의 세 번째 날이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Day5] 스페인, 바르셀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